삼성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 DB]
SK전 데이터가 저조한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너 아니어도 쓸 선수가 있다’라고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삼성타선의 미래를 이끌 황태자 3총사, 채태인∼박석민∼최형우를 겨냥한 애정의 채찍이었다.
채태인의 3연타석홈런보다, 12연승보다 더 기쁜 것은 팀내에 확립된 경쟁구도라고 선 감독은 자평했다. 이영욱 조동찬 김상수 오정복 등이 쑥쑥 성장하자 이름값이 아니라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쓸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5년 임기를 다시 시작하는 선 감독은 더 큰 그림을 보고 있다. “투수 쪽이 더 문제다. 안지만 권오준 오승환 권혁 정현욱 불펜 5인 체제를 탈피하고 싶다. 이것이 내 1∼2년의 숙제”라고 정의했다. 아직까지는 야수들에 비해 눈에 띄는 자원이 안 보인다. 다만 투수는 갑자기 크는 것이 아니라고 위안을 삼는다. 차우찬처럼 5년이 걸려서 빛을 보는 작품도 있어서다.
2년 후 최강팀 탈환을 꿈꾸는 선 감독에게 올 시즌은 2009년 끊어졌던 4강 재진입이 선결과제다. 그렇기에 중간평가는 ‘만족’이다.
“원래 부상자가 없었으면 올스타전 이전까지 승률 5할보다 7승을 더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상자 속출에도) 플러스 11이다”라는 말에서 결과와 과정에 걸친 흡족함이 묻어난다. 이어 “1위 싸움은 (SK로) 결정났다”고 했지만 “3∼4등은 고생만 하지만 2위를 하면 우승 조건이 된다”는 ‘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