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스포츠동아DB
철벽 마무리 ‘블론세이브 1’ 3가지 비결
□1 구위…공끝 좋아 포수들도 벌벌□2 감독 배려…2이닝 이상 안맡겨
□3 선발경험…완급 조절도 뛰어나바야흐로 손승락(넥센)의 전성시대다. 7일까지 세이브 부문 3위(14개).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그의 등번호(1번)처럼 단연 최고다. 15번의 세이브 기회 중 14번을 성공시켜 8개구단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높은 구원성공률(0.933)을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 1위(20개) 이승호(SK)와 2위(18개) 이용찬(두산)은 각각 2개의 블론세이브. 오승환(삼성)이후 최고의 뒷문지킴이로 기대받고 있는 손승락의 호투 비결은 무엇일까.
○압도적인 구위 - 포수미트가 아니라 백스톱을 보고 던진다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의 제1조건이라는 ‘압도적인 구위’를 갖췄다. 제 아무리 150km대 공이라도 종속이 무디면 타자들이 적응해 간다. 하지만 손승락의 직구는 최고구속이 152km/h에 이르는데다 종속까지 좋다. 넥센 불펜포수들은 “(손)승락이 형 공은 불펜에서 받아도 살벌해서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상대타자들 역시 “시각적인 것보다 타이밍이 더 늦다”고 토로한다. 자연스럽게 슬라이더와 커터의 위력도 배가된다.
손승락은 구위의 비결에 대해 “포수 미트를 보고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백스톱을 향해 꽂는 기분으로 던진다”고 밝혔다. 보통 투수들은 18.44m의 거리에 0점 조준이 돼 있다. 일부 투수들이 투수 땅볼 때 1루에 악송구를 하는 이유도 심리적인 요인과 더불어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의 송구거리에만 주로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승락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유격수로 활약했다. 18.44m보다 먼 거리에서 전력으로 송구하는데도 익숙한 까닭에 백스톱을 겨냥한다는 느낌의 투구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18.44m지점을 지날 때도 볼끝이 죽지 않는다.
○김시진 감독의 배려 - 2이닝 이상은 던지지 않는다
손승락은 무더위가 찾아온 뒤에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5월까지 18이닝에서 방어율은 3.00. 하지만 6월 이후에는 16.2이닝에서 방어율 1.11로 더 강해졌다.
7일 마산 롯데전. 넥센 김시진 감독은 8회에 송신영을 내세워 한 타자를 상대하게 한 후, 손승락에게 1.2이닝을 맡겨 승리를 챙겼다. “마무리 투수를 2이닝 이상 던지게 하면 감독 욕먹지 않느냐”는 농담 속에는 손승락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실제로 손승락이 올 시즌 2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2번뿐(4월23일 목동 KIA전, 6월8일 목동 롯데전)이다. 8번이나 2이닝 이상을 던진 이승호와 대비되는 부분. 그나마 손승락이 2이닝 이상을 던진 2경기는 모두 연장까지 간 경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손승락은 “감독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체력에는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선발경험 덕분에 연장까지 가도 체력안배 문제없다
불가피하게 2이닝 이상을 던져야 하는 경우에도 손승락이 강한 이유가 있다. 손승락은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2005∼2006시즌 선발투수로 11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손)승락이는 선발경험이 있어서 (힘의) 안배를 할 줄 안다”고 했다. 보통 마무리 투수들은 전력투구를 한다. 하지만 연장에 돌입해서 2∼3이닝을 대비해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손승락은 “연장에 들어 갈 때만큼은 나도 조절을 한다. 선발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마산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