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식.스포츠동아DB
인고의 2군생활…마침내 붙박이 주전어느덧 프로 9년차. 아마시절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최강 현대의 벤치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주로 대타전문 요원으로만 그라운드를 밟았다. 유니폼에 새겨진 팀명은 어느 덧 ‘히어로즈’로 바뀌었다. 남들은 “기회가 많은 팀”이라고 했지만, 지난시즌에도 그 전의 7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병식(33·넥센·사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섯 살 박이 아들이 물었다. “아빠는 왜 밤에 야구 안 해?” 주로 2군에 머물던 탓에 1군 경기에서 ‘아빠’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아빠는 삼촌들이랑 낮에 야구한다”고 아들을 이해시킨 현명한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2월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강병식은 “올해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밤에 야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어느 새 주전자리를 꿰찼다. 최근에는 3번 타순에서 3할대의 고타율을 기록 중. 대타로 나설 때는 “이번이 아니면 끝”이라는 조급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타석에서 쫓기지 않는 여유도 생겼다. 강병식은 “2군에 한번도 내려가지 않은 것도, 붙박이로 나선 것도 올 시즌이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독기를 품게 해 준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지만, 그는 또 아이들 때문에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요즘 큰 애가 유치원을 다녀요. 와이프가 일찍 재우기 때문에 경기를 끝까지는 못 보거든요. 첫 번째나 두 번째 타석에서 잘 해야 하는데….”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공통점이다. “아빠가 잘 해야 이기잖아. 아빠가 아웃됐는데 어떻게 이겨?”라며 투정 부리는 철부지들. 강병식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성호(6)와 다현(3)이를 위해 스파이크 끈을 조인다.
마산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