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5년만에 험난한 SA 올드코스서 열려
우즈 두번 우승경험…명예회복 기회
최경주 등 한국 역대최다 9명 도전장
공포의 벙커 숨은 17번홀 공략에 달려
유일한 오픈대회 ‘디 오픈(The Open)’이라고도 불리는 브리티시오픈이 1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부터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파71·7305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150년 전통으로 올해 139회째를 맞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대회다. 총상금 730만 달러, 우승상금 130만 달러가 걸려있다. 우승하면 명예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 다른 메이저 대회와 마찬가지로 브리티시오픈 역시 전통을 고수한다. 링크스 코스에서만 대회를 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디 오픈은 해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의 링크스 코스를 돌며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5년 만에 골프의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다. 자연 그대로의 험난한 코스와 예측이 불가능한 날씨가 선수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우승컵 크라렛 저그를 향한 선수들의 도전은 시작됐다. 19일 새벽 누가 트로피를 들어올릴까?
● 우즈 명예회복? 미켈슨 황제 등극?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의 세계랭킹 1위 싸움은 올 PGA 투어 최대 관심사다. 불륜스캔들 이후 침체에 빠진 우즈는 겨우겨우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다행히도 고비 때마다 미켈슨의 저항을 따돌리고 체면치레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를 우승후보로 손꼽는 이유가 있다. 세 차례 브리티시오픈 우승 가운데 두 차례를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따냈기 때문이다. 올드코스에서 플레이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켈슨의 시즌 성적을 보면 조금은 답답한 모양새다. 몇 번이나 황제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번번이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또 한 가지, 미켈슨은 지금까지 브리티시오픈에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1991년 처음 출전한 이후 16차례 출전해 2004년 3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최근 5년간은 톱10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성적이 기록과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 노장투혼 다시 불까
2009년 브리티시오픈의 최대 관심사는 톰 왓슨(61)의 우승 여부였다. 환갑을 넘긴 왓슨이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며 최고령 메이저 우승 기록을 눈앞에 뒀다. 베테랑의 활약은 대단했다. 젊은 선수들도 험난한 턴베리 코스에 혀를 내둘렀지만, 왓슨은 바람과 자연에 거슬리지 않고 힘들지 않게 플레이하며 차곡차곡 타수를 지켜갔다. 풍부한 경험이 빛났다.
마지막 날, 운명은 왓슨의 편이 아니었다. 스튜어트 싱크와 연장에 돌입했다. 이미 혼신을 다해 72홀 라운드를 끝냈던 왓슨은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었다. 결국 브리티시 우승컵 크라렛 저그는 싱크의 품에 안겼다.
왓슨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기록 도전에 나선다. 파드리그 해링턴, 이시카와 료와 함께 1,2라운드를 시작한다. 마치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듯한 인상적인 조 편성이다.
● 코리언 브라더스 역대 최다 9명 도전
크라렛 저그를 품에 안기 위해 코리언 브라더스 9명이 도전한다. 역대 최다 인원이다. 11번째 출전하는 최경주(40)는 2007년 공동 8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달려 첫 우승을 노렸지만 마지막 날 9타를 잃은 바람에 기회를 날렸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네 번째 컷 탈락했다.
양용은(38)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2005년과 2006년 출전해 모두 일찍 짐을 쌌다. 노승열(19·LG전자)은 예선을 거쳐 브리티시오픈에 합류했다. 올해 강약의 조화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승열은 복병이다. 김경태(24·신한은행)는 일본프로골프투어 상금순위 3위 자격으로 출전한다. 지난 5월 일본투어 다이아몬드컵에서 우승을 따내면서 샷에 물이 올랐다.
이밖에도 케빈 나(27·타이틀리스트)와 국내파 박재범(28·벤호건골프),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안병훈(19),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정연진(20), 지역예선을 통과한 전재한(20)이 출사표를 던졌다.
● 마의 17번홀을 피하라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퍼들에게 성지와 같은 곳이다. 골프가 시작된 역사의 현장이다. 올드코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코스라는 것. 우리의 골프코스와 비교하면 실망스러울 정도다. 허허벌판에 깃발 하나 꽂아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올드코스에서 유일하게 변화가 있는 홀이 바로 17번홀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Road)이라는 뜻의 ‘로드홀’로 불리는 17번은 올해 거리를 40야드 늘려 더 어려워졌다. 파4 홀이지만 전장이 495야드나 된다. 이 홀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 홀이다. 티샷부터 정확한 공략이 이뤄져야 레귤러 온을 시도할 수 있다. 만약 오른쪽으로 밀리면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떨어지고, 왼쪽으로 감기면 깊은 러프에 빠지게 된다.
그린 주변도 까다롭다. 무시무시한 항아리 벙커가 기다리고 있어 골퍼들을 압박한다. 허리 높이의 이 벙커에 빠지면 탈출을 장담하기 힘들다. 2005년 대회에서 최경주는 두 번째 샷을 이 벙커에 빠뜨린 뒤 무려 5타를 잃고 홀아웃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벙커가 아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