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활기 찾는 온라인게임 시장
MMORPG, FPS, 액션 등 일부 장르 위주로 편중되어 있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게임사들이 기존의 시장에서는 비주류로 칭해지거나 아예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 장르와 소재의 게임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이들 게임들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 식상함을 느끼는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전달하는가 하면, 게임 시장 전반에는 장르의 다양성이라는 화두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콘솔 게임이나 PC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던 장르의 게임부터 복합 장르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이들 게임들. 각각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기에 까다로운 요즘의 게이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인지 살펴보자.
* 삼국지략이 몰고 온 'PC 패키지 게임'의 진한 향기
지난 7월 14일부터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한 유니아나의 삼국지략은 온라인게임과는 크게 인연이 없을 것 같은 턴제 SRPG 장르라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90년대 중반에 큰 인기를 모았던 삼국지 영걸전이나 조조전의 온라인게임 버전이라는 입소문을 탔을 정도로 삼국지략은 과거 PC 패키지게임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던 턴제 SRPG의 모습을 많이 닮은 것이 특징이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와 유닛을 이용해 전투를 펼칠 수 있으며,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원작과는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는 게임 스토리가 삼국지략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촉나라에 오나라의 장수를 끌어들이고, 이를 육성하는 식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턴제 패키지 게임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띄고 있지만, 패키지 게임에서는 접할 수 없던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기도 하다. 캐릭터의 레벨에 오름에 따라 자신이 위치한 성에서 내정을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게이머는 내정, 인사, 군사 명령을 실행해 자신의 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상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건설과 치수를 통해 성의 안정성을 올리고, 징병을 통해 세를 불려 다른 곳을 치는 등, 턴제 SRPG에서는 느낄 수 없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기존 패키지 게임과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평을 불식시키기 위해 PvP 모드와 위, 촉, 오의 3개 국가가 펼치는 국가전도 즐길 수 있는 것을 물론, 커뮤니티 성을 강화해 다른 게이머들과의 소통의 창구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삼국지략은 패키지게임을 닮았으면서도 하나의 당당한 온라인게임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삼국지략의 이번 테스트는 평일에는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에는 12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되며, 테스트에 참가를 원하는 게이머들은 삼국지략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 후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삼국지략의 알파테스트에 참가했다는 한 게이머는 "영걸전이나 조조전을 즐겼던 게이머와 삼국지를 읽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게임"이라며, "삼국지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게임답게 삼국지 마니아들의 의견과 조율을 참고해 삼국지의 세계관을 게임에 적절하게 녹여내고 있다는 것이 게임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 종족과 종족의 대결을 넘어 장르와 장르의 대결, 배틀스타 온라인
한때 '퓨전'이라는 이름 하에 다양한 음식을 하나의 음식에 담으려는 시도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양산되는 형국을 보였으며, 이런 열풍은 오래지 않아 시들해졌다.
그런 '퓨전' 열풍이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으로 게임 시장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을 남겼던 '퓨전' 열풍과는 달리 '하이브리드' 장르는 '1+1=2' 이상의 성과를 보이며 게이머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CJ인터넷이 선보이는 배틀스타 온라인은 바로 이 '하이브리드' 장르의 온라인게임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게임에서 종족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유닛의 형태를 다르게 한다거나, 색다른 스킬, 동작을 부여해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하지만 배틀스타 온라인은 이런 방식과는 조금은 다르게 종족을 구별한다. 마린은 FPS, 뮤턴트는 RTS 방식으로 게임을 조작하도록 종족마다 게임의 장르를 아예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하나의 게임에서 두 가지 장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참신함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겠다.
하지만 두 장르가 만나다보니 생기는 불가피한 문제점도 존재한다. FPS 모드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원거리 시점을 사용하는 RTS 모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맵을 표현하다 보니, 마치 작은 크기의 사진을 크게 확대하면 사진의 화질이 열화되듯 게임의 그래픽이 투박하게 보여진다는 점이다.
또한 두 장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게임의 밸런스 역시 아직은 어색한 부분이 많아, 정식 서비스 단계에 이르기 전에 이를 개선하기를 바라는 게이머들의 요청이 많은 상황이다.
* 축구, 이제는 컨트롤이 아닌 지략으로 대결한다
스포츠 게임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게이머가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통적인 방식을 꼽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선수 선발, 전술 설정 등의 부분을 게이머가 좌지우지 하고, 그 내용에 따라 경기 결과가 정해지는 시뮬레이션 방식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흔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게임의 형태지만 풋볼 매니저, 베이스볼 모굴 등으로 대표되는 후자의 경우는 패키지게임 시장이 아니고서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의 온라인게임 시장에 등장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바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축구 시뮬레이션 온라인게임 '판타지 풋볼 매니저'(이하 FFM)이 그 주인공이다.
FFM이 여타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다른 점은 선수의 능력치를 토대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 실제 경기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활약이 수치화 되어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이런 게임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다 정확한 게임 데이터 산출을 위해 영국 'PA스포츠'의 한국 지사인 'iWay'와의 데이터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실제 영국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일정과 선수 및 문자중계용 공식 데이트에 기반한 실시간 경기결과를 게임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와 함께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삼성전자의 제품에 FFM을 기본 콘텐츠로 제공하는 한편, 해외 출시 국가별 문화에 따라 각각 다른 현지화를 거쳐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문명의 발전을 소재로 삼은 독특한 웹게임, 문명전쟁 아르케
온라인게임 이외에 웹게임 시장에도 기존과는 사뭇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웹게임이 등장했다. 최근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정식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 엔트리브의 실시간 전략 웹게임 문명전쟁 아르케(이하 아르케)는 삼국지와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웹게임과는 달리 로마, 이집트, 페르시아, 중국 등 4대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특징인 게임이다.
근래에 출시되는 웹게임들의 그래픽이 기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것은 최근의 흐름이지만, 아르케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그래픽을 자랑한다. 또한 게임의 전투 방식으로 실시간 전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게임들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병력 육성과 전쟁 위주로 진행되는 초기 웹게임들과는 달리, 전쟁, 무역,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요소를 게임에 도입해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웹게임의 단점을 보완한 작품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다양한 것에 비해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사냥을 끝마친 유닛이 자동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모두 직접 귀환을 시켜야 한다거나, 성채를 건설할 시 성채의 모든 부분의 타일의 위치를 게이머가 일일이 지정해줘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안고 있음에도 게이머들은 아르케의 게임성에 호의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된 아르케의 클로즈 베타테스트는 테스터 신청자가 몰려 클로즈 베타테스트로는 이례적으로 테스트 도중 신규 서버를 추가해야 했다. 또한, 테스트에 참여한 게이머들의 평균 게임 플레이 시간이 200분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플레이 집중도를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시장의 장르와 소재의 다양화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르와 소재의 고착화 현상으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온라인게임 시장에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들이 등장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라며, "새롭기 때문에 자칫 게이머들에게 어색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게임사들이 이런 신선한 소재를 충분히 활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면 보수적인 경향을 띄는 게이머들이라도 게임을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