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만 더!” 박찬호의 데뷔 초기, 노모 히데오는 넘지 못할 것만 같던 산이었다. 둘을 비교하는 팬과 언론을 향해 박찬호는 이렇게 말했다. “둘 다 선수생활이 끝난 다음 비교해달라”고. 그리고 마침내 박찬호는 ‘그날’을 앞에 두고 있다. 노모와의 차이는 단 1승뿐이다. [스포츠동아 DB]
시즌 2승…3G연속 무실점 행진
라이벌 노모 123승에 1승차 접근
‘코리안 특급’ 박찬호(37·뉴욕 양키스)가 의미 있는 이정표를 눈앞에 뒀다.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 기록에 단 1승만을 남겨둔 것이다. 박찬호는 19일(한국시간) 홈구장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전에 구원등판, 1.1이닝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올렸다. 4월 8일 보스턴전 이후 102일 만에 따낸 시즌 2승(1패)째. 메이저리그 통산 122번째 승리다. 기존 동양인 최다승 기록(123승)은 한때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노모 히데오(42·은퇴)가 보유하고 있다. 1승만 더 올리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고 2승이면 신기록이다.
○1.1이닝 퍼펙트…기분 좋은 122승
박찬호는 3-3으로 맞선 5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제이슨 버틀릿을 우익수 뜬공, 게이브 케플러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켈리 쇼팩에게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숀 로드리게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양키스가 5회말 4점을 한꺼번에 뽑아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뒤 6회초 첫 타자 BJ 업튼을 스탠딩 삼진으로 솎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3연속경기 무실점으로 방어율도 5.90으로 낮췄다.
○17년 동안 7팀에서 쌓아올린 기록
박찬호가 언제 다시 1승을 추가할 수 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불펜투수라서다. 하지만 호투가 이어진다면 접전 상황에 등판할 기회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승수를 따낼 확률도 그만큼 늘어난다. 박찬호의 122승은 1994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17년간 7개 팀에서 꾸준히 쌓아올린 승수다.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2002년 텍사스로 옮겼고, 2005시즌 중반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2007년에는 뉴욕 메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2008년에는 친정팀 다저스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2009년 필라델피아를 거쳐 올해 양키스에 입단했다. 톱스타에서 ‘저니맨’으로 전락한 박찬호에게는 아시아인 최다승 투수라는 타이틀이 그 세월에 대한 훈장과도 같을 터다. 그만큼 꼭 달성하고 싶은 기록일지 모른다.
○부진과 부상을 딛고 버틴 세월
연도별 성적도 굴곡이 심했다. 박찬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전성기를 보냈다. 2005년에 다시 한 번 12승을 올리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2007년에 1승도 건지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고, 2008년부터는 불펜투수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2008년 4승, 2009년 3승, 그리고 올해 다시 2승.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올렸다.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