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대구FC 감독. [스포츠동아 DB]
황일수 온병훈 등 젊은피 무럭무럭
“저는 올 시즌을 치르면서도 내년과 내후년에 대한 구상을 더 많이 해요.”
이영진(47·사진) 대구FC 감독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번졌다. 대구는 18일 홈에서 수원 삼성에 1-3으로 패했다. 최근 정규리그 6경기 무승(2무4패)과 함께 꼴찌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대구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신경 쓴 건 뿌리 깊은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것.
선수들에게 “왜 이렇게 밖에 못 하냐”는 질책보다 “나아지고 있다. 잘 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템포가 빠른 축구를 서서히 입혀 가고 있다. 이 감독이 불 같이 화를 내는 경우는 선수들이 지레 경기를 포기할 때다. “그런 정신자세면 다음 경기 출전은 절대 불가”라는 말에 선수들도 어느 정도 성숙한 프로 의식을 갖게 됐다.
성적은 꼴찌지만 내용만큼은 알차다. 후반기 들어 3연패(컵 대회는 무승부 후 승부차기 패)지만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FC서울과 수원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수원을 전반 중반부터 후반 중반까지 매섭게 몰아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젊은 피들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루키’ 황일수(23)는 벌써 3골4도움을 올렸다. 온병훈과 조형익(이상 25) 이상덕(24) 등 공격과 수비, 미드필드에 걸쳐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있다.
시민구단이기에 재정적으로 여유는 없지만 구단에서도 이 감독의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팀 리빌딩의 전권을 줬고 계약기간도 3년으로 여유 있게 정했다. “내년 시즌에는 힘닿는 대로 선수 선발을 지원 하겠다”는 구두 약속도 했다. 이 감독과 그의 아이들이 펼쳐갈 ‘이유 있는 반란’을 한 번 지켜보자.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