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마린보이.’ 박태환이 22일 김천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MBC배 전국수영대회 남자 대학부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컨디션 조율 없이 ‘재미삼아’ 출전
“파워·부력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박태환(21·단국대)은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따분함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신세대. 그런 박태환의 성격을 잘 아는 경영대표팀 노민상 감독은 종종 박태환에게 평영을 시키며 훈련의 지루함을 달래기도 한다.
개인혼영 도전도 같은 맥락이었다. 어차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도전을 앞두고 몸 풀기 차원에서 출전한 대회. 훈련량을 줄이며 컨디션을 조율하는 ‘조정기’도 거치지 않았다.
그야말로 ‘재미삼아’ 마이클 볼(호주) 전담코치에게 “개인혼영에 한번 나가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건넸고, 볼 코치도 OK사인을 냈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 개인혼영 실전무대는 처음. 본격적으로 개인혼영 훈련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박태환의 기록은 훌륭했다.
박태환은 22일 경북 김천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2010 MBC배 전국수영대회 3일째 남자 대학부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01초78의 대회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제5회 동아시안게임에서 김민규(아산시청)가 세운 한국기록 2분00초41에는 1.37초가 모자랐다. 2008년 10월 전국체전 이후 1년 9개월 만의 성공적인 국내무대 복귀전.
박태환은 “재미난 추억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박태환의 부친 박인호씨는 “(박)태환이가 경기가 끝난 뒤 ‘아, 미치겠네. 배영에서 평영으로 턴할 때 한번에 못하고 실수 했어요’라며 웃더라”며 유쾌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개인혼영은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의 순서로 진행된다.
‘배면이 하늘로 향하는’ 배영에서 평영으로 전환하는 턴은 개인혼영 전문선수들도 힘들어하는 기술. 전반적인 영법에는 무리가 없었다는 평이다.
대한수영연맹 정일청 전무는 “파워나 부력이 2009로마세계선수권대회보다 나아진 것이 느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박태환은 23일 자유형 200m에 도전한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이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종목. 노민상 감독은 “자유형에서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