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프로리그 36개 팀 등 인프라 탄탄
국제대회 디딤돌…한국 장기플랜 필요한국과 독일 여자축구 인프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직접 비교가 민망할 정도.
단순히 양국 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선수 숫자만 살펴봐도 독일(105만301명)은 한국(1404명)의 1000배에 가깝다.
독일은 대표팀 경기력의 근간이 되는 프로리그도 가장 모범적인 형태를 갖췄다.
1991년 창립된 독일여자축구 분데스리가에는 1부 리그 12개, 2부 리그 24개 팀으로 운영되며 매년 2개 팀이 오르내리는 승강제를 채택하고 있다. 주요 방송사는 국가대표팀이나 분데스리가 경기의 중계방송을 계약할 때 반드시 여자축구를 포함하도록 돼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연중 실업리그인 WK리그가 지난 해 출범해 2년째를 맞고 있다. 6팀이 참가해 팀 당 20경기씩 치르는데 정식 프로리그가 아닌 프로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이제야 막 내딛은 셈이다.
독일은 유소녀 축구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임은주 논문·아시아 여자축구 지역별 환경 분석과 활성화 방안 참조)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연령그룹 구조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지역 클럽에서는 U-12, U-14, U-16 등 자율적으로 연령집단을 구성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U-15, U-17, U-19, U-21 등 연령별 대표팀으로 육성한다. 주요 대회 참가에 앞서 우수 선수를 미리 선발할 수 있도록 지역 선수와 국가대표 선수 간에 1∼2년의 연령 차이를 뒀다.
많은 여자축구 전문가들이 유소녀 축구 활성화를 1순위 과제로 꼽는 상황에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독일 여자축구의 최근 급속한 발전에 국제대회 성적이 디딤돌이 됐다는 점이다.
독일 여자축구는 남자축구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의 오해 때문에 1955년 독일축구협회로부터 대회 개최 및 출전 금지 조치를 당하는 수모를 겪은 뒤 이 조항이 철회된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1989년 유럽선수권 우승과 1995년 월드컵 준우승이 붐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여자축구도 이번 U-20 여자월드컵 선전으로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반짝 현상에 그치지 않기 위한 중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