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바르셀로나 공식훈련이 열렸다. 리오넬 메시가 동료들과 몸을 풀고 있다.
퇴근 후 인터넷 기사를 살피던 윤여준(28·회사원) 씨는 깜짝 놀랐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K리그 올스타팀과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감독의 코멘트 탓이었다. 윤 씨는 오직 세계 최고 스타인 메시가 뛰는 장면을 보기 위해 거액을 들여 입장권을 구입하려 했다.
불과 10분전 만 하더라도 윤 씨는 티켓 판매 전문 사이트를 보며 전혀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인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신과 함께 경기장을 찾을 동지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메시는 출전하지 않는다”는 과르디올라의 한 마디로 이 모든 고민을 접었다. 결국 윤 씨는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4일 밤 일정을 결정했다.
한국 축구팬들은 우롱을 당해도 한참 당했다.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오고, 반드시 뛰도록 하겠다던 주최 측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폭염 속에 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어려운 발걸음을 하며 경기를 준비했던 K리그 올스타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윤 씨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미 티켓을 구입한 팬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10만원이 넘는 고액의 입장권을 구입한 이유는 메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로 치자면 주인공의 이름을 보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영화 속에는 주인공이 안나온 꼴이다.
지난 달 13일 티켓 판매를 개시한 뒤 각종 악재가 겹쳤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대표팀 소속 선수들이 포함되지 않은 투어 명단을 바르셀로나가 발표한 뒤 열기가 식었다. 바르셀로나가 전세기를 통해 도착해 첫 날 일정을 보낸 뒤에도 미처 판매되지 않은 티켓만 3만 장이 훨씬 넘었다.
여기다 메시의 결장은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현장에서 환불은 물론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사태 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번 이벤트를 주관한 대행사와 프로축구연맹은 한국 축구팬들을 우롱한 잘못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게다가 메시랑 대결한다고 매스컴 앞에서 인터뷰하고 결의를 다지던 우리 선수들은 무슨 꼴이 됐는가?
한국 프로축구에게 2010년 8월4일은 창피한 날로 영원히 기록될 것 같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