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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서울살이 야구아니면 살아갈수 없었다
“정말 절실했습니다. 그게 저를 살렸죠.”
두산 타선에 한층 무게감을 더해줄 4번 타자가 나타났다. 10일까지 타율 0.322, 17홈런, 109안타, 65타점의 맹타. 아직 30여 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성적(타율 0.302, 17홈런, 109안타)을 이미 뛰어넘었고, 프로 데뷔 9년 만에 ‘최우수성적표’를 작성중이다. 스스로도 “솔직히 올해 이런 성적을 내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산 최준석(27·사진)을 만났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최준석은 2006년 시즌을 소화하던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자신을 키워줬던 할머니마저 2005년 세상을 떠난 상황. 혈혈단신으로 밟은 서울땅이 낯설기만 했다. 유일하게 친분이 있었던 임재철이 선뜻 방을 내줬지만 신혼부부를 더 이상 방해할 수 없었던 그는 하루 만에 그 곳을 나왔다. 이후 머물 집을 구하는 한 달 동안 모텔생활을 전전하며 극한의 외로움에 시달렸다. 하지만 시련이 곧 삶의 전환점이 됐다. 롯데에 있을 때만 해도 야구에 목숨을 걸 생각이 없었지만 두산에서 야구를 반드시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아는 사람도 없고 지리도 모르는 서울에서 야구밖에 할 게 없었다”며 “‘능력을 보여줘야 이 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재능보다 더 위대한 원동력은 ‘절실함’이다. 최준석은 그때부터 운동에만 매달렸고 2009년 치열한 주전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올 시즌에는 클린업트리오를 이루는 중심타자로 성장했다. 우천순연된 10일 잠실구장. 그를 보는 야구관계자마다 “요즘 잘 치더라”고 치켜세웠다. 김경문 감독도 “어느 곳(타순)에 넣어도 잘 칠 녀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준석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올 시즌 목표도 “4안타를 치는 것보다 팀에 도움이 되는 1안타를 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군 입대 전 꼭 한 번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그는 “있을 때 우승 한 번 하고 가야하지 않겠냐”며 “선수단과 열심히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