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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계약금만 4억3000만원 예비스타
훈련이탈·부상…2경기 던지고 끝내 퇴출
이정길은 단 1승…서승화 올해 첫 선발승
신인 스카우트·선수관리 등 총체적 허점
LG는 10일 투수 이형종(21·사진)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선수 공시를 요청했다.
이형종은 2008년 서울고를 졸업하면서 LG 1차지명을 받아 계약금만 4억3000만원을 받은 유망주. 그러나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뒤 재활훈련을 해왔고, 올 시즌 마침내 1군무대에 섰지만 2경기만 던진 채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지난달부터는 2군 훈련에도 불참해왔다. LG는 3주간의 휴가를 준 뒤 이날 이형종과 최종면담을 했지만 KBO에 임의탈퇴선수 공시를 요청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 이형종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다”
LG는 이형종에게 구단의 프로그램에 맞춰 재활 과정을 소화하면서 향후 병역 의무도 수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형종은 이를 거부했다. 그동안 국내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아도 팔꿈치에 별다른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형종은 계속 통증을 호소했다.
LG는 미국에서 정밀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지만 이형종은 이날 이마저도 “원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시간을 달라”며 유니폼을 입고 구단 스케줄을 소화하는 데 난색을 표했다.
● LG “스스로 각성해 돌아온다면 모르지만…”
임의탈퇴선수로 공시되면 최소 1년 동안 활동할 수 없다. 다른 팀 이적도 불가능하다. 잔여연봉도 지급받지 못한다. 최소 1년이 지나야 팀에 복귀할 수 있는데, 구단에서 임의탈퇴선수 신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복귀할 수 없다. 임의탈퇴선수가 되는 과정에서는 구단이 선수의 동의를 얻지만, 복귀시에는 전적으로 구단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LG 박종훈 감독은 이날 문학 SK전이 취소된 뒤 “구단과 합의해 그렇게 하도록 했다. 스카우트한 책임이 있는 구단에서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베풀려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스로의 결정이니 생각을 존중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에서 뛰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으면 트레이드도 추진할 수 있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 트레이드를 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1년 후 팀 복귀를 받아줄 수 있을까. 박 감독은 “아직 어리니까 스스로 (야구의 소중함을)깨닫고 돌아온다면 진지하게 고민하겠지만 지금 안아줄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말하는 것부터가 섣부른 결정이다”고 선을 그었다.
● 이형종 임의탈퇴로 본 LG의 거액 신인 잔혹사
LG는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뒤 초창기에는 스카우트하는 선수마다 대박을 터뜨려 타구단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1996년 1차지명 이정길에게 계약금 4억원을 안겼지만 99년에 단 1승을 거둔 것이 전부였다. 99년 1차지명 김상태는 3억3000만원을 받은 뒤 통산 46경기에 등판해 9승을 올렸으니 그나마 나은 편. 서승화는 1998년 2차 3번으로 지명해 대학 졸업 후인 2002년 계약금 5억원에 영입했으나 올해서야 첫선발승을 올렸다.
2000년대 들어서도 LG는 신인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안겼지만 프로야구 대표선수는 물론 팀의 중심선수로 성장한 사례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다 이형종은 시즌 초반 미니홈피에 박종훈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돌출행동을 했고, 이젠 구단의 설득을 뿌리친 채 임의탈퇴선수 신분으로 팀을 떠났다. LG는 입단 후 2게임에 등판해 1승을 올린 이형종에게 4억3000만원을 퍼부은 셈이다.
신인 스카우트와 육성은 물론 선수관리에 총체적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LG다.
문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