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보다 패스!…한국축구 색깔이 달라졌다

입력 2010-08-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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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 진출 기념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에서 전반 한국 최효진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키워드로 본 조광래호 데뷔전
젊은피들 대거 기용 세대교체 실험 OK

신임감독 첫승·월드컵 추억 재현 성공


진짜 월드컵이 아닌, 친선전 성격의 평가전에 불과했지만 4만여 붉은악마가 내지르는 함성은 뜨거웠던 6월 못지않았다. 1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A매치는 월드컵 16강 진출을 놓고 자웅을 겨뤘던 서로를 만났기에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키워드별로 이날 경기를 짚어봤다.


○확실히 변한 색채

한국 축구가 확실히 탈바꿈했다. 측면을 주 공격 루트로 활용했던 기존과는 달리 전술적인 색채가 많이 바뀌었다. 짧고 간결한 볼 터치와 패스, 주변 동료들과 호흡을 활용한 2대1 패스 등으로 다양한 루트를 개척했다.

특히 리듬과 템포가 보다 빨라졌다.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들도 “훈련 기간은 짧았지만 흐름이 상대를 압도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출범에 앞서 3-4-2-1 포메이션을 이룬 ‘전원 공격-전원 수비’의 토털사커를 구사하겠다고 밝힌 조 감독의 의도대로 공격진부터 수비진까지 타이트한 간격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토털사커의 주축인 이영표-최효진 등 좌우 윙백들도 쉼 없는 움직임과 오버래핑으로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젊은 피

조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도 남아공 못잖은 좋은 성과를 올리려면 ‘이청용-기성용’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젊은 피를 찾아야 한다”고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데뷔전부터 조 감독의 1차 플랜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전광판 스코어에 2-1 한국의 우세를 알리고 있던 후반 30분 무렵. 수비진의 이정수와 측면 날개 이영표를 제외한 11명의 멤버 대부분이 25세 이하의 젊은 피였다. 엔트리 발탁부터 화제를 모았던 윤빛가람(경남)과 김영권(도쿄), 조영철(니가타)은 스타팅멤버로 나서 호쾌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허정무호에 깜짝 승선했던 ‘신인 아닌 신인’ 김보경(오이타)도 후반 교체 투입돼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추억 재현

한국은 ‘추억 재현’을, 나이지리아는 ‘리벤지’가 목표였을 터. 한달 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극명히 엇갈린 양 국의 명암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부터 이미 한국의 승리였고, ‘혹시나’ 했던 불안감은 ‘역시나’라는 긍정으로 막을 내렸다. 나이지리아는 입국한 뒤 내내 여유가 넘쳤지만 사령탑이 바뀐 한국은 전체적으로 긴장 모드였다.

90년대 중반 깜짝 등장해 94미국월드컵과 98프랑스월드컵 16강 진출 등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나이지리아였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더 이상 ‘슈퍼 이글스’가 아니었다. 한국은 이날 경기로 ‘신임 사령탑 승리’ ‘월드컵 추억 재현’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반면, 나이지리아는 어느 것 하나 건져간 게 없었으니 모든 게 한국 축구를 위한 하루였다.

수원 | 최용석 기자 gtyong@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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