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김연아 “오서와 결별이유 따로있다”

입력 2010-08-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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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이 알려진 뒤 캐나다 등 해외 언론은 김연아측의 ‘일방적 해고’로 집중 보도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피겨 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이 알려진 뒤 캐나다 등 해외 언론은 김연아측의 ‘일방적 해고’로 집중 보도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연아-오서코치 진실공방 2R …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기에?

“상의 한마디도 없이 결별 통보…”
오서 “연아 어머니가 주도” 비난

“4년동안 즐겁게 훈련만 했을까요”
김연아 트위터·홈피에 정면 반박


김연아(20·고려대)는 25일 자신의 마이크로 블로그에 짧은 글을 썼다. “제발 거짓말 좀 그만 할래요, B? 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이건 내 결정입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미니 홈피에 긴 글을 올렸다. “저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졌지만, 거짓으로 포장된 진실을 더 이상 묻어버릴 수는 없지 않나요? 하느님께 맹세하건대 저희는 신중했고, 예의에 어긋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세요.”

두 번 모두, 전 코치 브라이언 오서(49)를 향한 화살이었다. 24일에는 양측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대립했다면 이날은 오서의 외신 인터뷰와 김연아의 직접적 반응이 이어졌다. 2라운드로 접어든 진실공방.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사상 최고의 연기를 만들어낸 이 콤비는 6개월 만에 왜 이렇게 됐을까.

트위터에 올린 연아의 글. 스포츠동아DB

트위터에 올린 연아의 글. 스포츠동아DB




○오서 VS 김연아 치열한 진실공방

발단은 24일 오전 오서 코치 측에서 보낸 보도자료였다. 김연아의 어머니이자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의 대표 박미희씨에게 해임을 통보받은 사실을 알리면서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했던 결정에 대해 어떤 이유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분명히 비난의 뉘앙스였다. 그러자 올댓스포츠에서 반박의 뜻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우리는 공백기를 갖자고 했을 뿐 오서 코치가 먼저 ‘김연아의 코치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타 선수(아사다 마오)의 코치 영입설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김연아는 오히려 미니 홈피에 “엄마와 상의해 내가 결정한 일이다”, “정말 결별 이유가 타 선수 영입 제의뿐이었을까”라고 썼다)

오서 코치는 다시 인터뷰를 통해 반박했다. 25일 토론토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미래와 관련된 결정들을 언론을 통해 들었다. 김연아와 매니지먼트사에 수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임 과정에서 김연아 측이 명확한 의사표현 없이 시간을 끌었다는 의미다.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모욕당하고 있다. 나는 더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모든 소동은 김연아의 어머니로 인한 것이다. 김연아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나도 그렇다”면서 책임을 박씨에게 전가했다. 김연아가 “약 4년 동안, 겉으로 비쳐지는 것처럼 아무 문제 없이 즐겁게 훈련만 하고 있었을까. 이유 없이 비난 받고 있는 엄마를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딸이 될 수는 없었다”고 격하게 반응했던 이유였다.



어쨌든 치열한 진실공방의 패자는 양측 모두인 듯하다. 빙판에 역사적인 연기를 아로새긴 뒤 스승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김연아의 얼굴에도, 제자의 몸짓마다 함께 호흡하며 주먹을 불끈 쥐던 오서 코치의 환호에도 오점이 남았다. 길어질수록 상처만 깊어질, 진흙탕 싸움이다.

김연아 미니홈피 반박글 전문

안녕하세요 여러분. 참다 참다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뿐만 아니라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포함한 이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선수와 코치가 결별할 수도 있고 그 나름의 이유는 항상 있기 마련인데 왜 이렇게 섣불리 언론을 이용해 결별소식을 알리고 우리끼리만 알아도 될 과정을 사실도 아닌 얘기들로 일을 크게 벌였는지 솔직히 실망스럽고 속상합니다.

일방적인 통보…. 과연 코치와의 결별을 엄마 혼자 결정하셨다는 게 진실일까요. 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찌됐든 저의 코치였고 계속 함께 하던, 헤어지던 제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고 엄마와 제가 함께 상의하고 신중하게 결정한 것이 이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코치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할 때 코치와 직접 상의를 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딸로써 아무 이유도, 잘못도 없이 비난받고 있는 엄마를 멍청하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딸이 되기는 싫습니다. 결별이유는 단지 타 선수 영입문제 때문이다.

타 선수 코치 제의와 얽힌 문제가 물론 있었지만, 정말 이유가 그 단 한 가지일까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인터뷰한 얘기들로만 봤을 때 제가 봐도 생각 짧고 예의도 없고 모두 우리의, 아니 엄마의 잘못으로 보이더군요.

여러분 그 말들을 그대로 믿으실 건가요? 약 4년 동안 겉으로 비춰지는 것처럼 정말 아무 문제없이 즐겁게 훈련만 하고 있었을까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라셨다고요. 몇 달 간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다 불과 며칠 전 완전하게 상황이 종료되었는데 그 과정을 여러분들이 아신다면, 갑자기 기사로 인터뷰 내용을 접했을 때 저희가 얼마나 더 황당하고 깜짝 놀랐을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알려드리고 싶지도 않고 알려드릴 필요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우리만의 문제니까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어 답답하고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났으며 왜 해명을 해야하는지 이 상황이 너무 힘듭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졌지만 거짓으로 포장된 진실을 더 이상 묻어버릴 수는 없지 않나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모든 게 밝혀지지는 않더라도 거짓을 믿고 죄 없는 분들을 비난하게 놔두는 것은 도저히 참기가 힘드네요. 그냥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일이 왜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만 남게 되었는지…. 이제는 정말 멈추고 싶네요. 이 글 보시면 회사에서 시킨 것 아니냐는 생각들 하시겠지만. 저도 사람이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찌됐든 저의 관한 일이기 때문에 진실을 알리고 싶었고 하느님께 맹세하건대 저희는 신중했고 상대방에게 예의에 어긋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세요.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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