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칸첸중가 등정 의혹을 받고 있는 산악인 오은선 씨. 스포츠동아 DB
산악연맹 “오씨 칸첸중가 미등정” 주장
갑작스런 결정…후원업체간 알력다툼?
“산악계 내부갈등 아니냐” 곱지않은 시선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명예’를 얻은 산악인 오은선 씨의 칸첸중가 등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격렬하다. 일각에서는 산악계의 진흙탕 싸움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사태 추이에 따라 향후 해외 언론과 경쟁자들의 의혹 제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등정 의혹, 무엇이 문제인가
논란의 쟁점은 대체로 세 가지. ▲칸첸중가를 등정한 일부 산악인들이 오 씨의 등정 사진에 등장하는 지형이 칸첸중가의 정상과 다르다며 제기하는 의혹 ▲지난해 5월 오 씨에 이어 칸첸중가에 오른 산악인 김재수 씨가 정상 아래 20∼30m 부근에서 오 씨의 모교인 수원대 깃발이 4개의 돌에 눌린 채 놓여진 것을 발견했다는 주장 ▲오 씨와 함께 산에 오른 현지 셰르파들의 엇갈린 증언이다.
대한산악연맹은 26일 엄홍길, 박영석, 김재수, 김창호 씨 등 칸첸중가 등정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오 씨의 정상 사진에 나오는 지형은 칸첸중가 정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서 “오 씨가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씨 측은 이날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같은 날, 같은 시기 사진도 다른 경우가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날 대한산악연맹의 회의에 참석한 “등정자들의 정상 사진 원본을 내준다면 공식적으로 대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수원대 깃발과 관련해 오 씨는 “정상에 오르기 전 잃어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의 새로운 불씨를 댕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정상 사진 속 오 씨가 깃발을 품고 있는 사실을 공개한 상황이다.
함께 산에 오른 셰르파들의 증언 역시 엇갈리고 있다. 셰르파인 다와 옹추 씨는 “내가 정상에 선 오 씨를 직접 촬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셰르파인 누르바는 “손톱바위를 조금 지난 곳에서 오 씨와 다른 셰르파들이 정상이라고 주장해 다퉜다”고 주장했다.
○논란에서 이전투구로?
논란의 다른 쪽에서는 대한산악연맹이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5일 만에 급히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낸 점,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산악계 내부 갈등이 배경 아니냐는 시선, 산악인들의 후원업체간 알력 다툼이라는 주장 등과 맞물려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 우려를 낳고 있다.
정상 사진과 관련해서는 27일 또 다른 의혹까지 제기됐다. 일부 매체는 27일 김재수 씨가 “14좌 중 일부 정상 사진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것과 언론에 공개된 오 씨의 칸첸중가 정상 사진이 “포토샵 과정을 거친 것”이라는 의혹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오 씨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씨는 일부 언론을 통해 “다음 주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
한편 오 씨의 등정 여부에 의혹을 제기해온 스페인 여성 산악인 에두르네 파사반을 비롯한 오 씨의 해외 경쟁자들과 언론들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히말라야 등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쳐온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의 향후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씨는 지난해 5월 안나푸르나에 오른 뒤 홀리 여사를 만나 등정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홀리 여사는 오 씨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해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