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경완. [스포츠동아 DB]
비로 한화-SK전이 취소된 5일 문학구장. SK 김성근 감독이 갑자기 색다른 ‘MVP론’을 펼쳤다. 한화 류현진(23)도, 롯데 이대호(28)도 MVP 감이 아니라고 했다. 김 감독이 ‘밀어주고’ 싶었던 선수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SK의 안방마님 박경완(34). 눈앞으로 다가온 정규시즌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직접 박경완을 꼽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무너졌던 SK 마운드로 여기까지 온 건 포수 박경완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우승하면 당연히 박경완이 MVP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고질인 아킬레스건 통증을 안고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경기에 나선 사실 역시 김 감독이 꼽은 MVP의 자격 중 하나.
“요즘 프로야구의 가장 큰 문제는 과보호다. 박경완은 스스로 ‘아프다’고 해도 내가 안 빼줄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체념하고 그냥 뛴다”면서 “게다가 타점(64점)도 꽤 많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매년 20경기씩 쉬어가면서 3할을 이어가는 타자는 의미가 없다”고 예까지 들었다.
사실 MVP는 주요 타이틀 홀더 중에 나오는 게 관례다. 최우수 ‘팀’이 아니라 ‘선수’여서다. 올해의 류현진과 이대호처럼 리그를 압도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면 MVP로 거론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오직 ‘승리’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팀을 이끌어왔다. 개인 타이틀에 근접해 있는 SK 선수도 김광현(다승)이 유일하다. “MVP 기준은 개인 성적이 아니라 팀 공헌도여야 한다. 꼴찌팀에서 MVP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인 이유도 그 때문인 듯하다.문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