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이하 맨 시티) 로베르토 만치니(46)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유벤투스(이탈리아)의 광 팬이었다.
그는 1일(한국시간) 유벤투스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A조 2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버스를 타고 10시간 넘게 이동하면서 유벤투스 경기를 보러 다녔다. 그날은 피곤하지도 않았다. 너무 흥분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탈리아에서 오는 친구들을 환영하며 오늘 게임을 즐기기 바란다. 하지만 오늘은 맨 시티 팬들이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대 클럽의 감독이기에 앞서 훈훈한 인정미가 넘치는 중년 신사 같았다.
만치니는 올 시즌 극성맞기로 유명한 영국 미디어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올 한해 전 세계 클럽 중에 선수들을 사는 데 가장 돈을 많이 썼는데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나”고 묻자 이골이 난 듯 “그 질문에 100번 정도 답한 거 같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나 곧 정색을 하고 “예전 명문 클럽들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많은 돈을 썼고, 우리도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테베스가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이고 있고 아담 존슨 또한 어리기는 하지만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올해 꼭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고 자신했다.
허언이 아니다. 시즌 초반은 성공적이다. 맨 시티는 특히 강팀에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8월 리그 경기에서 리버풀을 3-0으로 완파했고 막강 화력을 자랑하던 첼시를 홈으로 불러 들여 역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유벤투스와도 1-1로 비기긴 했지만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만치니는 “오늘 경기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유벤투스도 우리도 수비가 굉장히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록 ‘적’이긴 하지만 어릴 적 동경의 구단이었던 유벤투스 선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평소 맨 시티 팬들은 상대 선수가 코너라인 근처로 오면 야유를 보내기 일쑤인데 이날 델 피에로가 코너킥을 차기 위해 코너라인으로 빠진 순간 야유는커녕 박수를 쳤다. 이에 대해 만치니는 “델 피에로가 최고의 선수이며, 지금 36살의 나이지만, 아직도 강한 슛과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늘 지켜보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만치니가 홈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넘치는 인간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아담 존슨이 드리블을 하다가 근처에서 넘어지자 아낌없이 박수를 쳐줬고 선수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는 모습은 다정하기 그지없다.
첼시와의 경기에서 제임스 밀러가 터치라인으로 다가왔을 때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조곤조곤 전술을 지시하는 모습은 마치 학교가는 아들에게 기도해 주는 아버지를 보는 듯 했다. 맨 시티 팬 하나 피어슨은 “올 시즌 맨 시티에 행운이 넘친다. 구단주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달리 선수들과 축구팬들을 위한 축구 클럽을 만들고 있다. 만치니 감독은 대표 주자로서 선수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그들만이 가진 장기를 이끌어 내 아홉 달 만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만치니에 대한 팬들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맨 시티가 올 시즌 유로파 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맨체스터(영국)|박영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