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삼성 양일환 코치 “너무 잘 하려 애쓰지 말고 평소대로만 하자…우찬아 파이팅!”

입력 2010-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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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확실한 보직이 없었던 만년 유망주. 그러나 삼성 차우찬은 2군에서 만난 양일환 투수코치의 집중 조련 속에 제 1선발, 에이스로 거듭나 플레이오프 선봉에 섰다. [스포츠동아 DB]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확실한 보직이 없었던 만년 유망주. 그러나 삼성 차우찬은 2군에서 만난 양일환 투수코치의 집중 조련 속에 제 1선발, 에이스로 거듭나 플레이오프 선봉에 섰다. [스포츠동아 DB]

삼성 양일환 코치가 차우찬에게
삼성의 플레이오프(PO) 1선발이었던 차우찬(23)은 5월 중순 2군에 내려갔다가 지금의 밸런스를 찾았다고 말한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구멍난 로테이션을 메우는 게 임무였던 그는 이후 당당한 붙박이 선발 요원이 됐다. 그 때 그를 붙잡고 곁에서 집중 조련한 스승이 바로 양일환(49) 2군 투수코치다. 딱 맞는 투구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원하는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 양 코치는 “우찬이가 1군으로 돌아가 잘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뿌듯했다. PO 1차전을 보니 많이 긴장한 것 같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찬아. 당당하게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네 모습을 보니까 난 정말 자랑스럽다. 사실 1차전에 네가 선발로 나간다고 했을 때, 조금 걱정하던 부분이 있었어. 큰 경기는 ‘경험’이 중요한데, 너무 긴장해서 제 기량을 못 보이는 건 아닌가 싶었지. 아니나 다를까, 긴장하는 모습이 아주 역력하더라. 결과도 기대보다 좋지 못했지? 하지만 이번에 중요한 경기를 던져봤으니 다음 경기에는 더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너에게도 ‘경험’이 됐을 테니 좀 더 여유가 생길 거다.

우찬아. 넌 참 착실하고 열정이 많은 제자다. 빠른 볼을 갖고 있고 가능성도 많은데, 늘 벽을 못 넘어서 안타깝게 생각했지. 자신감이라는 건 사실 이겨야 생기는데 5월에 2군에 있다가 올라간 후에 자꾸 승리를 따내고 하면서 더 좋아진 것 같다.

등판한 날이면, 문자메시지로 안 좋았던 부분들에 대해 상의하곤 했던 게 기억 나네. 나 역시 네가 잘 던지면 ‘잘 했다’고 축하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곤 했지. 물론 1군 투수코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겠지만, 그래도 날 잊지 않고 끊임없이 더 잘 하려고 고민하는 열의 덕분에 이렇게 큰 것 같구나.

너 뿐만 아니라 (배)영수가 PO에서 호투하는 모습을 봤을 때도 재기한 모습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 2군에서 함께 했던 제자들이 잘 던지는 모습은 내게도 보람이니까. 일단 야구 외적으로도 코치들에게나 선배들에게나 잘 하는 됨됨이가 돼 있고, 또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훈련에만 집중하는 너니까 앞으로 더 잘될 거라고 믿어. 벌써 입단 5년 째가 되는데 잘 참아오고 버텨왔기 때문에 이런 날이 오는 거다.

이거 하나만 꼭 얘기하고 싶구나. 사실 선배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즐기라’고들 하지만 정말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냐. 그러니까 너도 애써 긴장을 풀려고 하지 마라. 약간의 긴장을 유지한 채로, 결과를 미리 머릿 속에 그려놓고 던지면 더 잘 되지 않을까.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자. 내가 지켜보고 있으마. 파이팅!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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