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삼성 현재윤의 어머니와 누나 “우리 아들 골든글러브 타면 아픈 것도 다 잊고 지낼텐데”

입력 2010-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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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는 덩치가 큰 선수들이 많은 포지션이다. 그러나 현재윤은 170cm가 조금 넘는다. 옷가게부터 식당일까지 아들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 어머니는 아들의 작은 키가 지금도 미안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아들을 응원한다. 10일 잠실에서 현재윤의 어머니 
이영란(오른쪽) 씨와 누나 현승희 씨가 활짝 웃으며 삼성을 외치고 있다.

포수는 덩치가 큰 선수들이 많은 포지션이다. 그러나 현재윤은 170cm가 조금 넘는다. 옷가게부터 식당일까지 아들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 어머니는 아들의 작은 키가 지금도 미안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아들을 응원한다. 10일 잠실에서 현재윤의 어머니 이영란(오른쪽) 씨와 누나 현승희 씨가 활짝 웃으며 삼성을 외치고 있다.

“아들 빠져도 팀 이기면 기분좋아
선수들 부상없게 매일 기도하죠”
어머니와 누나는 잠실구장 레드지정석(내야석)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거리의 야수가 두산 좌익수 김현수였으니, 사실 외야석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만한 곳이었다. 삼성 포수 현재윤(31)은 자신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뒤늦게 엔트리 포함 사실을 알고 표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포스트시즌 입장권 대란’때문에 선수들도 쉽지 않았다.

10일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포수는 진갑용이었다. 아들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윤의 어머니 이영란(52) 씨와 누나 현승희(32) 씨는 평소보다 더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 삼성의 1회 초 공격 1사 만루에서 박진만의 2루타가 이들 모녀 앞으로 떨어지자, 박수소리는 더 커졌다. “내 아들이 안 나와도, 팀이 이기면 그게 좋은 거죠. 다 제 아들 같은 선수들인데…. 매일매일 기도해요. 삼성선수 모두 부상이 없게 해달라고요.” 마침내 4회말 수비부터 아들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옷가게부터 식당일까지, 안 해본 일 없이 홀로 키운 아들이었다. 뒷바라지의 흔적은 몸 곳곳에 배어있다. 수년 동안 식당에서 무거운 돌솥을 나르느라, 지금은 손발목이며 무릎까지도 성치 않다. 고질적인 류머티스 관절염 때문이다. 온 정성을 다해서 키웠는데도 아들이 작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머니의 속은 상한다. 현재윤의 공식신장은 174cm지만 실제로는 171cm. 최단신 포수다. “우리 재윤이는 초등학교 때 밥을 한 시간씩 먹었어요. 입이 좀 짧았거든요. 따라다니면서 밥을 먹이곤 했는데….” 하지만 어릴 적부터 꿈만은 누구보다 컸던 아들. 그래서 어머니 역시 “최고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현재윤과 비슷한 키의 요기 베라(전 뉴욕 양키스)가 전설적 포수가 되었던 것처럼…. “소원이요? 재윤이는 2002년 삼성에 입단했을 때도 그랬고, 초등학교 때부터 가는 팀마다 우승을 했어요. 이제 우리 아들 골든글러브 받는 것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아픈 것도 다 잊고 지낼 수 있을 것 같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는 “시련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라며 웃었다. PO2차전.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친 아들은 2루까지 뛰다 아웃됐다. 경기 종료 후 어머니는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 다 잊고, 마음 편하게!’ 그리고 어머니도 기도로 마음을 비웠다. “제가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꼭 경기를 이기더라고요.” 자식과 팀을 위한 간절한 기도. 이 가족과 팀에게 또 어떤 감사할 일이 생길까.잠실|전영희 기자 set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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