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꺾어야 3번째 우승”…이만수 얄궂은 운명

입력 2010-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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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난 지 어느새 13년.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대구에서 고향팀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앞둔 SK 이만수(왼쪽) 수석코치는 “삼성이라고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스포츠동아 DB]

고향을 떠난 지 어느새 13년.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대구에서 고향팀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앞둔 SK 이만수(왼쪽) 수석코치는 “삼성이라고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스포츠동아 DB]

아직도 대구에가면 팬들 반겨
“적 되었지만 함께 즐기고 싶다”
고향을 떠나서도, 고향을 등질 수는 없는 게 사람마음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야구인생의 탯줄이 된 팀도 눌러야만 한다. 2010 한국시리즈를 맞는 SK 이만수(52) 수석코치의 얄궂은 운명이다.

이 수석코치는 80·90년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화끈한 성격의 영남 팬들이 홈런왕에게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가 지금도 화석으로만 머물지 않는 이유는, 특유의 쇼맨십으로 팬들의 가슴 속에 남았기 때문이다. 헐크 마냥 두꺼운 팔뚝. 빨간 장갑. 홈런을 치고 덩실덩실 홈 플레이트를 향하던 모습. “이!만!수! 이!만!수!” 그의 이름을 연호하면, 하늘 높이 팔을 치켜들고 답례하던 장면까지…. 대구팬들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지금도 언제든 꺼내보고 싶은 추억의 책장이다. 하지만 그도 선수시절에는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런데 SK에 와서는 2번을 했네요.” SK는 챔피언의 꿈을 실현시켜준 팀. 그리고 그는 “3번째도 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다소 까다로운 것만은 확실하다. 삼성출신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기(SK) 온 지 벌써 4년이 됐으니까. 삼성이랑 한다고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다만 두산은 우리가 (한국시리즈에서) 이겨봤으니 선수들도 자신감이 있는데, 삼성은 붙어본 적이 없으니까….”

올시즌에도 대구구장에 가면, 그를 반기는 팬들이 있었다. 코치가 된 헐크는 그 시절처럼,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민둥민둥하게 굴면 뭐해요. 사람이 답례가 있어야죠. 아직까지 기억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구로 장소를 옮기는 한국시리즈 3·4차전에서도 파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낼지 모른다. 그는 “(팬들과) 같이 즐기겠다”며 웃었다. 삼성과는 분명 적으로 만나지만, 한편으로 가을잔치의 파트너이기 때문에. ‘삼성 또는 SK팬’ 이라는 꼬리표 이전에 야구를 사랑하는 팬임을 알기 때문이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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