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장원삼.
“PO 5차전 너랑 그렇게 붙을 줄이야
기다려, KS 우승 보너스로 한턱 쏠게”
장원삼(27·삼성·사진)은 두산 이현승(27·두산)을 “맹구” 혹은 “맹달이”라고 부른다. 이현승은 장원삼에게 “산삼”이라고 한다. 기다려, KS 우승 보너스로 한턱 쏠게”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같은 좌완투수로 2002년 현대 2차지명을 받았지만 장원삼은 경성대, 이현승은 인하대로 진학했다. 국가대표로 함께 뛴 뒤 2006년 현대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넥센 시절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좌완 원투펀치로 활약했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장원삼은 삼성으로, 이현승은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쾌한 성격의 두 사나이는 시즌 중에도 항상 전화로 티격태격 장난을 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적이 되어 만났다. 특히 팀의 운명이 걸린 최종 5차전에서 둘은 마운드에서 역투를 펼치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장원삼은 편지를 통해 친구 이현승에게 마음 속 얘기를 전했다.
○맹달아, 나 산삼이다.
서울에는 잘 올라갔냐? 전화도 못했네. 짜식, 너도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전화 한통 없더라.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너하고 5차전에서 같이 등판해 그렇게 지독하게 싸울 줄은 몰랐다. 6회초에 내가 먼저 마운드에 올라가고, 넌 6회말에 등판했잖아. 전광판에 둘의 이름이 나란히 떠 있는데 기분 묘하더라.
대학시절에는 서로 상대팀으로 만나 맞대결한 적이 있지만 프로에 와서는 작년까지 같은 팀에 있었으니 그럴 일도 없었잖아. 올해부터 팀이 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시즌 내내 선발 맞대결이 한번도 없었어.
솔직히 너도 그랬겠지만 나도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럴 때 보면 승부의 세계는 참 매정한 것 같아. 승부를 떠나 그래도 오랜 만에 이현승다운, 이현승 스타일의 피칭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맹달이가 계속 잘 던지니 나도 더 집중했던 것 같아. 서로 박살나서 내려온 것보다, 둘 다 잘 던졌으니 다행 아니냐.
너를 처음 본 건 대학교 1학년 겨울이었지. 그때 연습경기를 했는데 둘 다 현대에 지명받은 공통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3학년 때 둘이 처음 국가대표로 뽑히고, 4학년 때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면서 룸메이트로 더 친해지게 됐잖아.
우리는 밝고 씩씩한 성격도 비슷한 것 같아. 고민이 있어도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하고, 맥주나 한잔 하면서 풀고 그랬지. 넌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준비도 많이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내 마음이 더 아프다. 시즌 중에 네 몸이 좋지 않다고 할 때 내 마음도 무거웠는데, 시즌 막판부터 좋은 모습 보여 다행이다. 내년 시즌 잘 준비해서 우리 멋지게 선발 맞대결 한번 해보자.
한국시리즈 끝나면 한번 보자. 우승 보너스 받아서 한턱 쏠게, 임마.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