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엔트리에 들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마음만은 동생들과 함께 하는 SK의 ‘큰형’ 가득염. 그는 뒤에서 소리 없이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사실 후배들이 너무 중요한 경기를 치르고 있고, 잘하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말 꺼내는 것이 옳은지 부담스럽기도 하다. 다만 분명한 점 하나는 팀이 필요로 하면 비록 엔트리에 없다고 해도 도와주는 것이 선배의 도리라고 생각해.
작년도 그랬고, 올해도 한국시리즈에서 배팅볼 던져준 것도 그래서야. 이걸 두고 바깥에서는 너무 주목해 부담스러웠지만 내 마음은 그뿐이었어. 오직 후배들이 이기는 걸 원해. 아무 조건 없이, 내 체면 안 차리고 도와주고 싶었어.
솔직히 스프링캠프 정말 열심히 했어.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 소화했잖아? 체력이 안 된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옷 벗을 각오였어. 베테랑이라고 봐주고 그러는 팀이 아니잖아? 감독님 마음 이해하고 견뎌냈어.
그러나 막상 1군에서 몇 경기 던지지 못했어. 그래도 후배들이 잘하니까 기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랬어. 너희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내가 같이 해봐서 알잖아. 우승이라는 보상과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특히 한때 내 방졸이었던 (김)광현이, 1차전에서 네가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은데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 중간에 컨트롤이 안돼서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아. 그러나 한국시리즈가 아니라 올림픽, WBC까지 던졌던 너이고, 앞으로도 그런 무대에서 던져야 되잖아. 그런 큰 무대를 즐기는 광현이가 됐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워낙 잘하지만 기본적인 거 잘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하던 대로, 연습했던 대로만 해주면 나머지는 감독님이 알아서 해주실 거니까.
SK의 가장 큰 형으로서 (김)재현이, (박)경완이가 잘 이끌고 가니까 나까지 곁에 있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해. 안 보이는데서 응원할게. 궂은일, 해야 될 일 있으면 언제든 도와줄게.
정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