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 감독. 스포츠동아 DB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딱딱하고 건조한 말투. 수원 윤성효(48·사진) 감독의 평소 모습이다. 하지만 수원이 FA컵 2연패를 차지한 뒤 인터뷰 룸으로 들어선 윤 감독의 표정은 한 없이 밝았다. 부임한 지 불과 5개월여 만에 쏘아올린 작은 기적. 한때 K리그 꼴찌를 맴돌던 수원이기에 윤 감독과 함께 한 FA컵 정상의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프로에서 조금 빨리 우승한 감이 없지 않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숭실대를 6년간 이끌면서 12차례 결승에 올라 10번 우승했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받아치는 여유도 생겼다. 무엇보다 윤 감독이 얻은 가장 값진 소득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였다. 수원은 올 시즌 AFC 챔스리그에서 성남에 밀려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래서일까. 윤 감독은 가장 먼저 챔스리그를 거론했다.
“결승전이라 최선을 다했다. 내년 아시아클럽 정상에 다시 도전하게 돼 기쁘다.”
전략과 전술에도 비교적 만족해했다. 디펜스 위주 플레이와 경고 4장이 보여주듯 거친 경기에 대한 질문을 받은 윤 감독은 “미드필드부터 싸움이 많을 테니, 프레싱을 강하게 하자는 주문을 했는데 주효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미안함이 자리했다. 부산 황선홍 감독과는 절친한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승부의 세계는 어쩔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부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