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헤드킥] 베테랑 김호곤 감독은 엄살쟁이

입력 2010-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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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 현대-대구FC K리그 경기 직전 라커룸을 찾았다. 울산 김호곤 감독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역력했다.

평소 넉넉하고 푸근한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이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오늘 이기고 6강 플레이오프 확정하실 거죠”라고 덕담을 건네자 그는 “축구란 게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대구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정색을 했다. “수원이라도 일찌감치 떨어져줬으면 좋겠는데 끝까지 꼬박꼬박 승수 추가하며 따라오니 참 죽겠다”며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김호곤이 누군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에 대표팀 코치와 감독을 오래 역임하고 2004아테네올림픽 때는 사령탑으로 한국축구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뤄낸 주역이다. K리그에서도 부산에 이어 작년부터 울산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더구나 울산은 이날을 포함해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자력으로 6강 PO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다. 그럼에도 초조해하는 걸 보니 6강 PO가 주는 압박감과 무게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과 달리 선수단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주장 오장은은 “우리가 대구를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는데 감독님만 너무 걱정 하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후문이다. 울산 관계자 역시 “선수들은 모두들 자신감에 차 있다. 아무도 6강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결과는? 선수들이 옳았다. 울산은 대구를 잡고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기분 좋게 6강을 확정 지었다. 김 감독의 엄살을 부린 것이든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한 것이든 울산으로서는 기분 좋은 결과였다.

울산|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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