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롤 모델] 메시 폭풍드리블, ‘여메시’ 맘 뺏겼어!

입력 2010-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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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대표팀 우승을 이끈 여민지의 롤모델은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오른쪽 ). 1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여민지가 골 결정력에서만큼은 메시에 뒤지지 않는다며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대표팀 우승을 이끈 여민지의 롤모델은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오른쪽 ). 1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여민지가 골 결정력에서만큼은 메시에 뒤지지 않는다며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⑦ U-17 女월드컵 우승주역 여민지 “메시는 나의 축구 이상형”

단신불구 폭발적인 드리블 수비 농락
콤플레스 극복한 영리한 플레이 감탄
‘160cm 나도 할수 있다’ 자신감 얻어

“골 결정력은 메시보다 뛰어나죠?ㅎㅎ”
올해 한국 축구는 유독 많은 수확을 올렸다. 2010남아공월드컵의 원정 16강도 무척 값졌으나 각 연령대 여자 축구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울린 최덕주호의 승전고.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의 우승은 그야말로 ‘쾌거’였다.

그 중심에는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있었다. 문득 궁금했다. 여민지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과연 어떻게 닮으려 노력하는지. 꼭꼭 숨겨뒀던 그의 대답을 공개한다.


● 작은 거인을 사로잡은 작은 거인

정신없는 스케줄을 보내던 여민지를 만난 것은 1일과 2일.

무릎 검진을 받기 위해 찾은 고려대 구로병원과 롯데 우유(푸르밀) CF 광고 협약식에서였다. 보자마자 자신의 축구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주저 없이 나온 대답은 바로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23·FC바르셀로나).

U-17 여자월드컵 기간 중 축구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여민지가 창원 명서초등학교 시절 은사 배성길 감독의 권유로 쓰기 시작한 축구일기였다. 경남 김해시 자택에 보관된 6권의 축구일기 중 한 권에는 여러 명 해외 축구 스타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는 세계 최고의 축구 소녀를 사로잡은 영예의 주인공을 엿볼 수 있다. 메시 외에도 잉글랜드 스타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와 페르난도 토레스(이상 리버풀) 등도 포함돼 있었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들 중 메시를 꼽았느냐”고.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냥 잘하잖아요. 폭발적인 움직임에 푹 빠져버렸다니까요.”

신체조건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한 몫을 했단다. 여민지의 프로필에 나온 공식 신장은 160cm. 11세 때 성장 호르몬 장애 판정을 받았던 메시는 169cm에 불과하다.

하지만 초록 그라운드에서 둘의 모습은 닮은꼴이다. 큰 체구의 상대 수비수를 피해 이리저리 드리블을 해가며 이동하는 플레이가 그렇다. “메시가 작다고 손가락질하는 분들이 없잖아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조금 활약이 저조했다곤 하는데, 그래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죠. (메시의) 키도 저 만큼이나 작잖아요. 콤플렉스를 자신의 특징적인 장점으로 바꾼 거죠.”


● 작은 거인의 전진 드리블을 따라하며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월드컵 당시 허정무호의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 아르헨티나전을 예상하며 “메시의 전진 드리블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실패. 한국은 1-4로 크게 패해 나이지리아와 의 조별리그 3차전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여민지도 메시의 ‘전진 드리블’에 크게 탄복했다. 볼을 툭툭 치고 나가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움직임. 그의 표현대로라면 ‘영리함’이었다.

“함성중을 다닐 때 처음 메시가 경기하는 장면을 TV 중계로 봤거든요. 정확히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바르셀로나가 크게 이긴 경기였어요. 공격과 미드필드를 오가며 메시가 펄펄 날아다녔는데 특히 제 눈을 사로잡은 건 메시가 상대 수비를 피해 그대로 볼을 치고 나가는 모습이었어요.”

작은 키가 메시의 특화된 장점으로 작용한 것처럼 여민지도 상대를 피해 빠져나갈 때 수월하단다. “축구에서는 키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서전트 점프도 사실 자신 있는데 공중 볼 경합에서도 많이 밀리진 않아요.”

그래도 메시보다 스스로 낫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닌 ‘골 결정력’이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 축구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득점할 수 있는 지역을 포착하는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히 세계 최고의 선수와 똑같은 잣대로 살피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문전 앞 움직임이나 골 결정력에서는 저도 자신이 있어요. 한 번 지켜봐 주세요.”


● 여민지?


▲ 생년월일= 1993년 4월27일

▲ 학력= 창원 명서초-함안 함성중-함안 대산고

▲ 경력= 2007년 U-19 대표 선발, 2010년 U-17청소년대표팀

▲ 수상= 아시아선수권 득점왕(2009), FIFA U-17 여자월드컵 MVP / 득점왕(2010)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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