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축구만큼 재미있는 ‘감독 색깔론’

입력 2010-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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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감독은 클럽의 대표로서 상대해야 할 대상이 많고, 다양하다.

그 때문에 축구 그 자체 못지않게 감독들의 말이나 행동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경기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감독들의 언쟁과 다양한 행동들을 지켜보는 것도 EPL을 즐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싸움닭 웽거

상대선수 이름 거론 원색적 비난
경기후“추가시간 길다”항의 벌금

● 아르센 웽거 감독 “누구든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아스널에서 14년째 군림하고 있는 웽거 감독은 미디어와 상대편 선수를 휘어잡는 기술이 수준급이라고 평가 받는다.

샘 앨러다이스 블랙번 감독은 “아스널 선수들에게 어느 언론도 들러붙지 못하도록 웽거 감독은 대부분의 언론을 품안에 넣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웽거는 다른 감독들보다는 유별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정해진 추가시간이 길어졌다고 종료 휘슬 후 경기장에 들어가 심판에게 항의하다 벌금을 물기도 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대팀 선수의 이름까지 거론해 지적하기도 한다. 8월 말 대중지‘더 선’은 “웽거가 맨유의 스콜스를 더러운 선수라고 했다”는 기사를 톱으로 썼다.

웽거는 첼시의 무리뉴 감독과도 좋지 않은 사이다. 무리뉴가 웽거를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Voyeur)’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시작됐다.

웽거 못지않게 선수 장악 능력이 좋고 언론을 잘 다루기로 소문난 무리뉴가 결국 항복하면서 마무리됐지만 그 당시 웽거는 언론의 표적이 됐다.

인자무적 호지슨

“못봤다”“심판이 잘 봤겠지”
민감한 문제엔 늘 즉답 회피

● 웽거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리버풀 호지슨 감독


리버풀의 호지슨은 정반대다. 한마디로 인자무적(仁者無敵)이다.

9월 리버풀과 맨유의 경기에서 존 오셔가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깊은 태클을 했다. 토레스는 심판에게 퇴장을 주어야 마땅하다고 항의했다.

토레즈에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영국 취재진의 대대적인 질문 공세를 호지슨은 “노 코멘트”라며 넘겼다. “페널티킥을 안 주어도 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기자들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보지 못했다. 심판이 잘 판단했으리라고 생각 한다”는 식의 답변으로 대처하면서 곤란한 이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곤 한다.

관대한 퍼거슨

스캔들 루니에 한결같은 신뢰
거짓말 변호 이적설까지 감싸

● 권위적이면서 따뜻한 맨유 퍼거슨 감독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호지슨 감독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루니의 스캔들이 온 영국을 휩쓸 때 퍼거슨은 묵묵히 그를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선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퍼거슨은 루니의 이적설이 터지기 직전 불편한 관계에 있을 때도 “루니가 부상 중에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 결국 들통이 나긴 했지만 퍼거슨이 대중에 알려진 권위적인 면 뿐 아니라 인간적인 따뜻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퍼거슨의 이러한 모습은 팀을 떠나겠다던 루니를 붙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는 퍼거슨이 팀에서 입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거짓말 한 번으로 시끄럽게 떠들던 언론마저 잠재워 버린 퍼거슨이다.

직설가 할로웨이

“루니 이적설은 몸값 부풀리기”
FIFA·UEFA룰 싸잡아 맹비난

● 딱 부러지는 성향의 블랙풀 이안 할로웨이 감독


블랙풀의 이안 할로웨이 감독은 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한다.

루니가 “맨유를 떠나고 싶다”며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했던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는 그의 성향과 대처법을 잘 보여준다.

“선수들은 계약서에 사인한 기간 동안 뛰어야 한다.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던 FIFA와 UEFA는 루니와 같은 사건을 조장하는 꼴이 됐다. 이 때문에 선수와 에이전트는 룰을 이용해 연봉을 부풀리기 위해 ‘배째라’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맨유 같은 최고의 구단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FIFA와 UEFA의 룰은 틀렸다”며 직접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함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사람이 바로 이안 감독이다.

맨체스터 (영국)|박영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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