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시헌 “국민유격수? 이제 시작이죠”

입력 2010-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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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손시헌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차기 ‘국민 유격수’를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국민 유격수’가 되고 싶다. 일단 이제는 팀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스포츠동아DB

AG서 만점 활약…금메달 숨은 공신
“아직 ‘국민유격수’는 아니고요. 그냥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목소리가 밝았다. 단순히 보이는 성적(타율 0.353·2타점·3득점)뿐 아니라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와 탄탄한 내야수비로 한국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는 “아직”이라며 바로 ‘다음’을 기약했다.

국가대표 유격수 손시헌(30)이 24일 두산 선수단이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는 일본 미야자키로 떠났다. 이제는 팀 유격수로 내년 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한다.

그는 21일 귀국했을 때도 “시상대에서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데 기분이 묘했다. 마치 애국자가 된 기분이었다”며 기쁨을 드러냈지만 곧 “이제부터는 팀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할 차례”라고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손시헌은 SK 박진만의 뒤를 잇는 ‘제 2의 국민유격수’로 인정받고 있다. 2005년에 이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9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올시즌에도 타율 0.273(433타수 118안타)·8홈런·62타점·51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유독 인연이 없었던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그러나 손시헌은 “난 국민유격수는 아니다. 아직 두산 베어스의 유격수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실력은 어느 팀 선수나 다 비슷하다. 아직까지 배울 점이 더 많고, 잘 하는 후배들을 보면 쫓아가야겠다는 위기의식이 든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베테랑 유격수’ ‘국민유격수’라고 해주시는데 그건 우리나라 선수층이 얇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단, “(국민유격수가)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시안게임에 돌입하기 전에도 “병역혜택을 받아야하는 군 미필자는 아니지만 이번 대회가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야구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과정 속에 한 단계”를 무사히 마친 손시헌은 24일 전까지 이틀간의 꿀맛 같은 휴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미뤄뒀던 결혼준비를 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지냈다. 그리고 바로 마무리훈련지로 떠났다.

약 열흘간 훈련을 소화한 뒤 결혼식(12월 5일) 직전 귀국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다.

“결혼준비를 홀로 해왔던 예비신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야구선수에게 팀이 먼저니까요. 저도 안심 못 하거든요. (김)현수나 (이)종욱이도 못 하면 (선발라인업에서)빠지는 게 저희 팀인데 저도 자리가 보장된 게 아니죠. 현재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자리에서 못 하면 역효과가 나잖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국가대표는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예요. 아! 주장도요. 물론 시켜주셔야 할 수 있는 일이지만(웃음).”

손시헌은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남기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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