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현대건설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경기 중 캐디백을 앞에 두고 플레이했다가 벌타를 받게 된 장수연(오른쪽)이 김광배 KLPGA 경기위원장(왼쪽)으로부터 규칙 설명을 듣고 있다.
그렇다면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면 하늘이 버린 것일까?
9월 5일 경기도 화성의 리베라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국가대표 상비군 장수연(16·함평골프고1)은 어이없는 실수로 다 잡았던 우승컵을 날렸다.
2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장수연은 마지막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하면서 2위 이정은(22·호반건설)에 2타 앞선 1위로 경기를 끝냈다.
그러나 그 순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 골프팬이 장수연이 15번홀(파4)에서 캐디백을 플레이 선상에 놓고 쳤다며 제보했고 이것이 경기위원회에 받아들여져 2벌타가 부과됐다.
상황은 이렇다. 장수연은 칩샷을 준비했고 캐디로 나선 아버지는 골프백을 공 앞 약 2∼3m 지점에 내려놓았다. 그 가방이 하필 핀 쪽을 향했다.
잘못은 여기에 있었다. KLPGA 김광배 경기위원장은 골프규칙 8조2항a ‘플레이선을 지시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놓아두었거나 승인 하에 놓인 마크는 스트로크하기 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항을 들어 2벌타를 선언했다.
우승이라고 생각했던 장수연은 이정은과 연장전을 치러야만 했다. 결과는 뻔했다. 18번홀에서 가진 연장전에서 보기를 적어내 파로 막은 이정은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규칙을 어긴 건 장수연의 실수지만 판정이 애매했다. 이를 두고 경기위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벌타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옹호하는 쪽이 있는가하면 한 쪽에선 ‘벌타를 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정말 장수연이 그렇게 하려 했을까’하는 것이다. 만약 고의적으로 그랬다면 장수연은 슬픔의 눈물 대신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을 것이다. 장수연은 “18번홀을 마칠 때까지 룰 위반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 아쉽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룰을 많이 배우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울먹였다.
골프는 야구나 축구처럼 심판이 직접 따라다니지 않는다. 경기 중 발생한 상황에 대해 경기위원이 직접 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선 동반자 또는 팬들의 제보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그로 인해 간혹 판정이 불리하게 적용될 때도 있지만 선수들은 이를 전적으로 수긍한다.
얄궂은 골프백 때문에 우승이 바뀐 황당한 사건은 2010 KLPGA 투어에서 가장 오랫동안 회자됐다.
사진제공|KLPGA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