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영 “형 비켜!”또 한 번 형제가 맞붙었다. 하프코리안 선수인 창원 LG 문태영(가운데)이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형 문태종(오른쪽)의 수비를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문태영 “형 비켜!”
또 한 번 형제가 맞붙었다. 하프코리안 선수인 창원 LG 문태영(가운데)이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형 문태종(오른쪽)의 수비를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풀타임 활약…LG, 전랜에 76-72 승
형 문태종 밀집수비 막혀 13점 그쳐
문태영 “형에게 1차전 복수해 기뻐”
12일 전자랜드의 홈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코트에서 만난 형제는 점프볼 직전까지 손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나중에 동생 문태영(LG)은 “눈빛을 교환했다”고 했지만 경쟁심은 의도적으로 서로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1쿼터 시작부터 LG의 첫 득점을 문태영이 골밑에서 성공시켰다. 전자랜드의 형 문태종은 바로 맞받았다. 그러나 “냉정함은 형이 낫지만 근성은 동생이 낫다”는 LG 강을준 감독의 안목 그대로 창원에서의 첫 대결에서 패했던 문태영은 1쿼터부터 치고 나갔다. 득점만 8-3, 덕분에 LG는 20-18 우세로 1쿼터를 마쳤다.

2쿼터, 문태종이 리버스 레이업으로 반격했으나 문태영은 골밑을 팠던 1쿼터와 달리 2쿼터에는 주로 외곽으로 돌았다. 3점슛을 포함해 다시 9점을 추가했다. 3쿼터에는 자유투로 야금야금 점수를 보탰다. 9개 중 8개를 넣었다.

그리고 4쿼터에서는 해결사였다. 1분43초를 남기고 72-67로 벌리는 2점슛을 적중시켰고, 힐과 문태종의 득점으로 72-71로 쫓긴 종료 42초를 남기고는 다시 2점을 넣었다. 문태종은 종료 28초를 남기고 3점슛으로 최후의 반격을 시도했으나 링을 빗나갔다. 실패 후 고개를 숙인 문태종의 곁으로 간 문태영은 “형, (실패해서) 고마워. 다음 경기에 보자”고 말했다.

문태영은 풀타임 40분을 뛰었고, 36점을 책임졌다. LG는 센터 알렉산더가 파울 트러블에도 불구하고 골밑(19점 15리바운드)을 지킨 덕에 76-72로 이겨 3연승으로 2라운드를 마쳤다. 또 9승9패, 5할 승률로 올라서면서 삼성에 이어 전자랜드의 홈 무패(7승)도 저지했다.

강 감독은 “4일 동안 서울∼창원∼인천 원정으로 3경기를 치르는 일정 속에서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이긴 것 같다. (저번에 37점을 줬던) 문태종을 막기 위해 한정원을 매치업으로 붙였고, 공격 때도 문태종을 끌고 다니게 해 체력 소모를 유도했다. 문태종을 13점으로 막았다니 나도 놀랐다”고 했다. 특히 강 감독은 서장훈(13점) 수비 성공을 승인으로 꼽았는데 1쿼터부터 문태영이 매치업을 도맡았다.

반면 전자랜드(13승 5패)는 10일 동부전에 이은 시즌 첫 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이날 SK를 93-88로 꺾은 동부에 공동 1위를 허용하고 말았다. 4쿼터 종료 28초를 남기고 유도훈 감독의 작전과 달리 문태종이 바로 3점슛을 시도했으나 링을 빗나간 장면이 뼈아팠다. 유 감독은 “막판 운용 미숙은 내 잘못이다. 문태종 외에 다른 선수들의 외곽이 터져줘야 된다”며 패배를 곱씹었다. 문태영은 “어렸을 때 자주 져서 형을 꼭 이기고 싶었다. 팀이 이겨서 기쁘고 1차전의 복수를 해 기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인삼공사는 모비스와의 안양 홈경기에서 89-86으로 승리했다.

인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