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 생각해, 움직여” 불호령 칼바람 뚫고 대표팀 심장이 뛴다서귀포에도 매서운 겨울 추위가 몰아닥쳤다.
조광래호의 소집 첫 날이던 13일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졌고, 사흘 차인 15일에는 눈발까지 흩날렸다. 여기에 귀를 에는 듯한 칼바람은 절로 옷깃을 꽁꽁 여미게 했다.
하지만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에게 추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서귀포 시민구장과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하루 두 차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K리그 시상식이 열리는 20일만 휴일일 뿐, 매우 타이트한 스케줄이 이어진다.
훈련 일정을 보면 13일부터 23일까지 열흘 간 소집 일정 중 오전 훈련이 6차례나 잡혀있다. 국내파 위주 23명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조광래호의 1차 키워드는 역시 ‘체력’이다.
오전 훈련 대부분이 피지컬 트레이닝 위주로 짜여 있다. 시간도 짧지 않다.
15일 오전 시민구장에서 진행된 훈련은 한 시간 40분이 넘도록 이어졌다. 전날(14일) 오전 훈련을 한 시간 10분 정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셈.
하프라인 한 쪽 그라운드만 활용하는 게 이색적이었다.
7명씩 3개 그룹으로 나뉘어 3개 골문을 세워놓고 패스와 슛 훈련을 병행했다. 좁은 공간에서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정확한 패스워크와 과감한 슛을 하는 게 주요 포인트다.
조광래 감독과 박태하 수석코치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끊임없이 선수 이름을 호명해가며 위치를 지정해줬고, 각기 임무를 제시했다. 물론 원하는 움직임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코칭스태프의 입에서 나오는 “집중해” “생각해” “움직여” 등 간결하지만 강력한 주문에 선수들은 금세 긴장모드. 웃음은 5분씩 두 번 주어진 ‘워터(Water) 타임’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임 허정무호 체제에선 대개 하루 한 차례 훈련만 실시됐고, 소속 팀에서도 마찬가지였기에 아직 많은 훈련에 익숙지 않은 선수들은 만만치 않은 스케줄이다. 점심 식사를 하자마자 침대로 들어가기 일쑤라고 한다. 독서와 TV시청, 컴퓨터 게임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임시 주장 곽태휘는 “소집 전부터 이번 훈련이 대단히 강도 높을 것으로 봤다”고 했지만 추위 속에서도 트레이닝복에는 땀자국이 선명했다. 골키퍼 김용대에게도 인사를 건네면 “안녕할 수 없다”고 농 섞인 진담으로 대꾸했다.
조 감독은 “리그가 막 끝났기 때문에 컨디션이 100%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해야 할 때 제대로 체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실전 때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