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배꼽잡는 글로벌 영구, 외로움에서 나왔죠”

입력 2010-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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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 띠리리∼ 영구 왔다!
미국에서 영화를 찍는 과정을 돌이키며 “외로웠다”고 말한 심형래 감독. 그는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 콘텐츠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구 캐릭터로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 영화 ‘라스트 갓 파더’로 돌아온 영구 심형래

미국서 영화찍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
TV와는 다른 ‘영화속 영구’ 캐릭터 연기 애로

남녀노소 친숙한 영구, 동·서양서 통할 카드
‘대부’ 패러디…코믹영화로 전세계 흥행 도전
“‘미스터 빈’만 하라는 법 있습니까.”

그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 코미디언이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하다. 심형래(52) 감독. 그는 처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코믹 캐릭터 ‘영구’를 주인공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설명하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를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냥 웃어버려요. ‘디 워’ 때도 이무기 갖고 미국 간다니까 ‘전설의 고향 할 거냐’고 비아냥거린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심형래 감독이 3년간의 제작 끝에 완성해 30일 개봉하는 영화 ‘라스트 갓 파더’는 미국으로 간 영구가 주인공이다. 50년대 뉴욕이 배경으로 미국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마피아 조직의 대부가 실수로 낳은 아들이 영구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심형래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과 연출은 물론 주연으로도 나섰다.

그의 기획을 듣고 실소를 터뜨렸던 사람들은 개봉을 한 달 여 앞두고 예고편이 공개되자 분위기를 바꿨다. 50년대 뉴욕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졌고 그 속으로 들어간 영구의 모습에 저절로 폭소가 터졌기 때문. 예고편은 공개 첫날 홈페이지에서만 40만 건이 넘는 클릭 횟수를 기록했다.


● “비행기서 틀어주는 ‘미스터 빈’ 보며 ‘나도 해야지’ 결심”

“외국에 많이 다니니까 비행기 타는 시간이 길어요. 그 때마다 기내에서 틀어주는 ‘미스터 빈’을 챙겨봤는데 항상 부러웠습니다. ‘나도 뭔가 해야지’ 욕심이 생겼고 저의 코미디를 갖고 해외에 나가면 통하지 않을까. 대신 외국인도 친숙한 환경으로 만들자, 영화는 그렇게 시작한거죠.”

심형래 감독은 “음악은 오감을 자극하니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지만 코미디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절대 웃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택한 게 동·서양에서 통하는 ‘대부’ 시리즈다.

촬영은 올해 2월부터 3개월 동안 LA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음울한 시대 분위기와 색감을 살렸다. 심형래 감독과 함께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스타 하비 케이텔이 영구의 아버지인 대부 역을 맡았다. ‘피아노’, ‘네셔널 트레저’ 등의 영화에서 묵직한 역할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하비 케이텔이 한국말로 “영구, 영구”를 연발하고 사고뭉치 아들 때문에 골탕을 먹는 장면이 영화에 담겼다.

“‘디 워’ 때 아쉬움도 있고 이번에는 배우 연기에 비중을 두고 싶었어요. 하비 케이텔은 처음엔 코미디인줄 모르고 시나리오를 읽다가 깜짝 놀랐대요. 하하. 하비는 70살이 넘었는데 다시 장가를 가서 4살짜리 아들이 있어요. 그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 영화를 택했죠.”

하비 케이텔은 심형래 감독과 함께 현장의 지휘자 역할도 했다. 직접 나서서 의상이나 소품을 꼼꼼하게 챙겼고 미국 정서와 문화에 대해 전문가다운 의견을 제시했다.


● “영구, 설명 필요 없는 캐릭터…우리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어”

심형래 감독은 미국에서 영화를 찍는 과정을 돌이키며 “외로웠다”고 했다.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일마저도 까다로웠고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하던 것과 달리 영화에서 영구 역으로 오버하지 않는 연기를 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솔직히 ‘영구와 땡칠이’ 때는 어린이 팬들이 많이 용서해주고 봐 준거예요. 그땐 피아노 줄까지 다 보였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발전한거죠. 하하.”

2007년 ‘디 워’가 84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노하우를 쌓은 그가 왜 하필 영구를 택했을까. 그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캐릭터 아닌가요”라고 되물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기만 해도 쉽게 이해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보수적이에요. 등급 받는 일도 그렇죠. 보이지 않는 그 벽을 뚫으려고 가족과도 떨어져 사는 제 고충을 말로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그걸 알아달라는 게 절대 아니에요. 우리 콘텐츠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입니다.” 심형래 감독은 “저는 언제나 이방인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나만 잘 되자는 게 아니예요. 청계천 상가에 공구상이 하나만 있다고 잘 되나요? 그 동네가 잘 되려면 많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 영화도 여러 편이 같이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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