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0 스타가 말하는 2010 그때 그 순간] 김용대 “아내에 약속한 ‘결혼 선물’…웨딩사진 들고 세리머니”

입력 2010-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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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골키퍼 김용대가 12월 5일 팀의 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아내 염세희 씨와 함께 찍은 웨딩사진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김용대는 12월 12일 결혼식을 올렸다. 스포츠동아DB.

너무 많은 걸 안겨준 ‘복덩이 아내’…우승약속 지킬수 있어서 행복했죠
FC서울이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고 10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오른 12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록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이 흘러나왔다. 한 선수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동료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행복한 표정의 이 남자는 골키퍼 김용대(31). 오직 우승을 위해 서울이 영입한 선수였기에 그날의 감동은 오래도록 남았다.

“몇 번 우승을 경험해서 그런지 눈물은 나오지 않고, 웃음이 먼저 나오더라고요.”


○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 없다’


챔피언에 등극하자 김용대의 머리 속에는 한 여인이 먼저 스쳤다.

12월 12일 백년가약을 맺은 염세희(33) 씨였다.

김용대는 멋들어진 프러포즈 대신 염 씨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내가 결혼 선물로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겨줄게.”

보통 여인이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 지금 생각하면 자신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단다. 하지만 염 씨는 빙긋 웃고 선뜻 받아들였다.

말 그대로 ‘축구 선수의 여자’였기에 가능했다.

“확실하게 약속을 했죠. 그래도 전 남자답게 이 말을 지켰어요. 사나이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수 없잖아요.”

무뚝뚝하지만 믿음직스러운 남자 김용대가 우승 세리머니 때 염 씨와의 대형 웨딩 사진을 들고 스탠드를 향한 까닭이기도 했다. “와이프는 복 덩이에요. 올 시즌은 제게 너무 많은 걸 가져다줬죠. K리그 우승에, 대표팀 재발탁에 결혼까지. 이쯤 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아닐까요?”

그는 결혼 약속을 한 뒤 한꺼번에 세 마리 토끼몰이에 성공했다.


○ 아픔의 반복은 없다


서울은 만년 우승 후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팀이었다. 항상 잘하다가도 고비를 넘기지 못해 무너지기 일쑤였다. “내가 있는 한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는 김용대의 호탕한 한 마디다.

우승을 위해 함께 영입된 최효진, 최태욱, 현영민 등과 자주 모여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달해줬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작년과 재작년 번번이 정상 목전에서 흘린 눈물을 이번에는 절대로 흘리지 말자고 말했죠.”

그래서일까. 동료들이 똘똘 뭉치는 느낌을 받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팀 전체에 가득했다.

물론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제주 원정으로 치러진 챔피언결정 1차전은 그야말로 피가 말랐다. 평소 하지 않던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하기도 했다.

“크게 떨리진 않았어요. 왜 그렇게 됐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하지만 마지막 순간, 우승을 직감할 수 있었죠. 1-2로 뒤지고 있는 종료 직전에 김치우의 동점 골은 제가 본 가장 멋있는 득점이었어요. 원정에서 지지만 않는다면 홈에서 승리를 확정할 수 있다고 봤거든요.”

대신 김용대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큰 경기일수록 아주 작은 것부터 체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네요. 프로 9년차에 말이죠.”


○ 내가 뽑은 MVP 아디!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올 시즌 K리그 최우수선수(MVP)는 김은중(제주)이다. 서울은 브라질 수비수 아디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지고 말았다. 올해의 감독상도 제주 박경훈 감독이 수상했기에 우승 팀 서울로서는 낭패감이 들만도 했다.

그래서 물었다. 서울의 MVP는 과연 누구냐고.

잠시 머뭇거리던 김용대는 “아디가 가장 좋은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공격수 데얀에게도 시선을 줬지만 골키퍼 입장에서 구석구석 잘 막아준 아디가 K리그 MVP가 되지 못한 건 아쉽다고 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친구에요. 열심히 막아줬죠. 광대뼈 부상이 심했는데. 아디 덕택에 제가 볼을 손으로 덜 만질 수 있었어요.”

김용대의 내년 시즌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물론 못할 것도 없다. 김용대는 그야말로 ‘우승 청부사’다. 이미 국내 모든 대회를 우승해봤다. K리그만 해도 벌써 두 번째. 2006년 성남 일화 시절과 올해였다. 컵 대회도 올해 서울에서 경험했다.

FA컵은 부산 아이파크 시절인 2004년에 정상에 섰다.

남은 챔스리그 타이틀에 목숨을 걸겠다는 각오다.

“이제 저도 당당하게 세계클럽월드컵에 나가봐야죠. 올해 (정)성룡이가 많이 부러웠죠. 서울만의 ‘다이내믹 축구’로 아시아 무대를 휘젓겠습니다. 약속할게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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