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0|스타가 말하는 2010 그때 그 순간] 독일전 1-5 완패…독일전 1-5 완패…지소연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죠”

입력 2010-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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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여자축구대표팀 지소연이 실버슈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8골 넣으며 스타됐지만, 4강 참패 아쉬워…내년엔 日 진출 “한국 자존심 세울게요”
‘지메시’ 지소연(19·고베 아이낙)만큼 2010년을 버라이어티하게 보낸 축구선수가 또 있을까.

여자 아시안 컵,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3개나 소화했다.

좌절도 있었고 영광도 맛봤다. 아시안 컵에서 내년 독일여자월드컵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U-20 여자월드컵 3위로 스타덤에 올랐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여자축구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로를 앞두고도 고민이 많았다. 최우선 목표였던 미국행은 좌절됐지만 일본 실업리그에 진출했다. 대회가 없을 때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각종 방송출연과 인터뷰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몸은 녹초가 됐다.

그러나 관심 가져주는 게 고맙고 여자축구발전을 위한 일이라 생각해 어지간한 일정은 모두 소화했다. 지소연의 2010년. 참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아시안컵

남아공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모든 국민의 관심이 허정무호에 쏠리던 5월 말. 여자대표팀이 아시안 컵 출전을 위해 조용히 중국 청두로 향했다. 지소연도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여자축구 성장을 확인했다. 아시아 3강인 중국, 일본, 북한과 격차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최종목표까지 한 뼘이 모자랐다. 4강에 들지 못해 독일여자월드컵 티켓을 따지 못했다.

지소연은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고인다. 단순히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언니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나는 아직 기회가 많다. 그러나 서른 살 가까이 된 언니들은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었다. 티켓을 언니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었다. 언니들은 그렇게 열심히 뛰고 몸을 날리는 데 나는 뭐하나 싶었다. 비록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대표 선수로서 정말 느낀 게 많은 대회였다.”

한국여자축구에도 독일월드컵 진출 실패는 여러모로 아쉽다. U-20, U-17 대표팀의 연이은 선전으로 모처럼 붐이 조성됐는데 맥이 끊겼다.

지소연의 꿈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는 월드컵에 세 차례 나가는 게 목표다. 2011년 20세, 2015년 24세, 2019년 28세. 딱 맞아 떨어진다. 지소연은 “2023년이 되면 32살이 되는데 그 때까지 몸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7월 독일 U-20 여자월드컵은 온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전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세계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하고 3위에 올랐다.

이 분위기는 U-17 여자대표팀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소연은 이 대회에서 무려 8골을 터뜨리며 실버 볼(최우수선수 2위)과 실버 슈(득점 2위)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의외였다. 이뤄놓은 게 많은 대회인데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5로 대패한 독일과의 4강전을 들었다.

“너무 위축돼 있었다.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였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막 관심을 가져주시는 데 진 게 너무 아쉽다. 아시안 컵 때 언니들을 보며 느낀 게 참 많다고 하지 않았나. 대표팀에서는 내가 막내지만 U-20 팀에서는 내가 동료들을 컨트롤하고 분위기를 이끌었어야 했다. 그런데 나부터 밸런스가 깨졌다. 더 화가 나더라.”


○아시안게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지소연은 너무 힘들었다. U-20 월드컵 이후 각종 일정을 소화하느라 제대로 운동을 못했다. 목표로 했던 미국 진출도 생각대로 안 돼 마음을 다 잡지 못했다. 최인철 감독에게 정말 많이 혼났다. 조금만 실수해도 “네가 집중을 안 하는 것 아니냐”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자기를 위한 채찍질이라는 걸 알면서도 속상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대회 기간 중에도 컨디션은 70%였다. 그러면서도 5골을 뽑아내 3위를 이끌었다.

지소연은 “아시안게임은 대회를 힘들게 준비했던 기간이 통째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1년

2011년,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일본 실업리그 고베 아이낙으로 진로가 확정됐다. 내년 1월 중순 경 출국할 예정이다. 연말에도 수많은 인터뷰 요청 등이 있지만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소속사에도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오전-오후-야간까지 하루 세 차례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세계무대로 가려면 일본을 넘어야 한다.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파악하겠다. 일본 대표 선수들과도 대결할 텐데 한국의 자존심을 걸겠다. 미국 진출 꿈은 접지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적응이 먼저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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