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달달한 시크릿 가든에 남자들이 열광하는 이유

입력 2011-01-15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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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시크릿 가든) 보려고 주말엔 꼭 10시 전에 집에 들어가는 저는 뭔가요."

"군대 간 동생이 주말에는 시크릿 가든 재방송 보느라 다들 바쁘다는데요."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시크릿 가든 갤러리'에 '나는 남자지만 시가 열혈 팬이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우 정겨운이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시크릿 가든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그런 멜로를 싫어하지 않느냐"며 "나는 '아테나:전쟁의 여신'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정겨운의 말대로 그동안 남성 시청자들은 감성적인 멜로보다는 선이 굵은 드라마에 더 관심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로맨틱 판타지'를 표방한 SBS '시크릿 가든'을 보며 울고 웃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9일 방송된 18회의 남성 시청률은 11%로 1회 때(4.3%)의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반면 정겨운이 말한 '아테나'를 보는 남자 시청자들은 1회의 8.1%에서 4일 방송분인 8회에서는 6.6%로 줄어드는 추세다.(AGB닐슨 자료)

백화점 사장인 김주원(현빈 분)이 선보인 고급스런 패션은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진제공= SBS


딱 여자들 취향으로 분류되는 '달달한' 시크릿 가든을 보며 남자들도 울고 웃는 이유는 뭘까. 시청자 게시판에 따르면 남자들도 여자들처럼 가슴 설레는 스토리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준호 씨는 이 드라마에 대해 "평소 TV와는 거리가 먼 내게 설렘이란 감정을 심어준 작품"이라고 적었다. "시크릿 가든의 서정적인 대사는 남자인 나도 감성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준희 씨는 "남자라고 눈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길라임(하지원 분)이란 캐릭터에 너무 몰입해서 요즘엔 방송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발 암울한 결말은 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시청자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마초적인 성향이 줄면서 감성적인 대사와 스토리에 반응하는 것 같다"며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파워가 세지면서 남성 시청자들의 성향도 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주인공 김주원(현빈)에 대한 동경이 남자들을 TV모니터 앞으로 불러 모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주원의 ‘애마’로 등장한 BMW의 ‘뉴 Z4 sDrive35is’도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큰 관심을 끌었다. 사진출처= 방송화면 캡처


디시인사이드 시크릿 가든 갤러리에 글을 올린 한 시청자는 "나는 직장인 남자지만 김주원을 보기 위해 시크릿 가든을 본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속 김주원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저래야 돼'라는 생각을 한다. 당당한 말투를 비롯해 그가 가진 집과 차 등 모든 것에 눈길이 간다. 나도 저런 생활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다른 남자 시청자도 "시크릿가든을 보면서 김주원을 동경하게 됐다. 김주원의 옷차림과 말투를 따라 하고 싶다"고 글을 남겼다.

이 같은 남성 시청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극중 김주원이 입은 트레이닝 복은 120만원이란 가격으로 정식 출시되며 눈길을 끌었다. 그가 운전하는 외제 승용차도 '김주원 자동차'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극중 김주원이 선보인 클래식하고 캐주얼한 수트는 '재벌 상속남' 패션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스타일은 드라마 시작과 함께 선보인 트레이닝복 못지않게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그동안 드라마 속 재벌 2세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등 현실적으로 보기엔 무리 있는 모습으로 묘사됐다"며 "반면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은 지극히 현실적인 재벌 2세의 모습을 보여 현실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극중 김주원의 집으로 소개된 장소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터리어로 주목 받았다. 이 곳은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한 화장품 회사의 기업 연수원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 SBS


윤 교수는 "이 같은 현실성이 바탕이 돼 김주원이 가진 재산, 지위 등이 남성 시청자들에게 실감 있게 다가왔을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는 것이 고단한 일반 남성들은 현실감을 가진 김주원이란 재벌 2세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싶은 욕망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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