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관전평] 잘싸운 90분…구자철 대담성 돋보여

입력 2011-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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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골 빼곤 공격루트 차단 합격점
후반전 거친경기에도 침착성 유지
멀리 카타르 도하에서 고군분투중인 조광래 감독과 선수단 모두에게 일단 박수를 보낸다. 아시아 존에서는 최강자로 꼽히는 호주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해 줬다.

한국이나 호주 모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전반 초반 경기운영은 조심스러워보였다. 당연한 현상이다.

20분이 지나면서 서로가 조금씩 서서히 맞받아치기 시작했는데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첫 골이 터졌다.

한 마디로 작품이었다. 골키퍼 정성룡에서 한 번에 원 바운드로 넘어온 볼을 지동원이 등지면서 돌아서서 내주는 장면도 좋았고 구자철이 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모습도 훌륭했다.

특히 구자철의 첫 번째 터치가 완벽했다.

슛을 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볼을 갖다 놨다. 상대 수비수 2명이 재빠르게 달려들었음에도 침착하게 슛을 쏠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골문 구석을 보고 여유 있게 슛을 할 수 있는 대담함도 칭찬해주고 싶다. 후반 중반에 부상을 당한 뒤 절뚝거리다 교체 아웃됐는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

호주는 인도와의 1차전에서 확연히 드러났듯 크로스가 상당히 위협적이다.

사실 좌우에서 계속 크로스가 올라오면 호주 선수들의 체격조건이 워낙 좋아 막기가 까다롭다.

가장 좋은 방법은 크로스가 아예 올라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봉쇄하는 것이다. 조광래 감독도 이를 충분히 인지한 듯 전반에 이영표와 차두리의 공격가담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한 것처럼 보였다.

한국이 후반에 내준 동점골도 좌우를 크게 흔든 크로스에서 나왔다.

90분 동안 비교적 상대의 공격 루트를 잘 차단했는데 결국 1골을 허용한 건 다소 아쉽다.

호주는 조심스러웠던 경기 초반과 선제골을 내준 이후에는 굉장히 거칠어졌다. 심판이 좀 더 냉정하게 휘슬을 불었다면 경고를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고무적인 건 호주 선수들의 도발에도 우리 선수들이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성숙해졌다.

어린 선수들도 꽤 많은데 노련한 태도를 보니 흐뭇했다.

곽태휘의 대체 선수로 나온 황재원의 수비는 100% 안정적이었다고 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랜 만에 이런 큰 경기에 뛴 것을 감안하면 이정수와 호흡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이번에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더 좋은 수비를 보여주리라 믿는다.정해성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남 드래곤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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