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야, 기 죽지마!”…통 큰 선물

입력 2011-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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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타자’로 자랄 몸을 물려주었다. 아들을 위해 잠실구장 출퇴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이 고개 숙이고 있을 때 그 손을 잡아주었다. 두산 김현수에게 아버지는 희생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이제 그 빚을 야구로 갚을 결심이다. 스포츠동아DB

김현수 부친 새차 선물…“아버지 중고차부터 바꿔드려야 하는데”
두산 김현수(23)는 바로 위의 형과 여덟 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부모와 형제자매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특히 아버지 김진경 씨는 그를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키워낸 ‘숨은 조력자’다.

김 씨는 김현수가 운전면허를 따지 못했던 시절 매일 같이 아들을 잠실구장으로 출퇴근시켰다. 2008년 한국시리즈, 뼈아픈 병살타로 회한의 눈물을 흘린 아들을 데리고 바다낚시를 떠나 마음을 달래줬다. 지금도 운동선수에게 좋은 게 있다고 하면 원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간다.

지난 시즌 후에는 아들의 승용차를 바꿔줬다.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그에게 “기 펴고 살라”며 그동안 졸라맸던 허리띠를 과감하게 푼 것이다.

그러나 김현수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아들은 좋은 차를 태우면서 정작 아버지는 중소형차를 몰고 있다. 게다가 차를 바꿔드린다고 해도 아버지가 “한번 차를 사면 적어도 3년은 타고 다녀야 하니까 내후년에 바꿔달라”며 버티고 있다.

예전 운전면허를 따고 개인차를 마련했을 때 “아버지가 이제 나를 출퇴근시키느라 고생 안 하셔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쁜, 효심 깊은 아들이기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

김현수는 야구선수로서 성공을 꿈꾸며 결심한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집을 마련해 이사를 가는 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아버지에게 좋은 차를 사드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나도 언젠가는 좋은 차를 몰고 싶다”였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꿈꿨던 일이었지만 프로에 입단한 지 5년 만에 벌써 두 가지를 이뤘다. 이사를 했고, 자신의 차를 바꿨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올해 야구를 잘 해서 아버지에게 근사한 차를 마련해드리고 싶다.

“원래 아버지 차를 먼저 사드렸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순서가 바뀌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2년 안에 최우수선수(MVP)가 되라고 하시네요. MVP 부상이 자동차잖아요(웃음). 그걸 타시겠다고. 그래서라도 MVP가 되고 싶긴 한데 제가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김현수는 2008시즌 타율·출루율·최다안타 등 3관왕에 오르고도 MVP를 SK 김광현에게 넘겨준 바 있다) 혹 MVP가 못 되더라도 아버지 차는 이번 시즌 끝나고 꼭 바꿔드릴 겁니다.”

김현수는 “건강함은 타고 났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2006년 신고선수로 프로에 들어와 이듬해부터 풀 시즌을 소화하고 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그 흔한 “힘들다”는 말 한번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챙겨주시는 홍삼 외에 딱히 먹는 약도 없는데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비결은 좋은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 “부모님께 받은 게 참 많다”는 그는 가족의, 특히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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