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이규혁,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1-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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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제왕’ 씁쓸한 퇴장 우려 씻고
세계스프린트선수권 첫날 500m 1위
열한살 차 모태범 0.27초 차로 제쳐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때였다. 노메달로 귀국길을 준비하던 이규혁(33·서울시청)은 “안 되는 것에 도전하는 게 슬펐다”고 했다.

그렇게 ‘무관의 제왕’은 자신을 괴롭혀온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스케이트화를 벗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은퇴를 기정사실화 할 때, 그는 다시 빙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30대 중반의 노장은 아직 그의 시대가 저물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규혁이 23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첫날 500m경기에서 34초92로 1위를 차지했다. 밴쿠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500m금메달리스트·1000m은메달리스트인 모태범(22·한국체대)을 0.27초차로 앞섰다. 스테판 그루투이스(네덜란드·35초21)와 샤니 데이비스(미국·35초25)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각각 3·4위에 올랐다.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는 이틀 동안 500m·1000m 두 종목을 각각 두 번씩 뛰고 나서 기록을 점수로 환산해서 종합 1위를 뽑는 대회다. 24일에도 500·1000m 경기가 이어진다. 통산 4번째 종합우승을 노리는 이규혁은 23일 1000m경기에서는 1분9초65로 4위를 기록했다.

세계스프린트선수권은 이규혁에게 특별한 무대다. 2006토리노올림픽 직전,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 올림픽까지 그는 스케이트화를 벗지 않았다.

이규혁은 “2007∼2008년 스프린트선수권 2연패가 큰 용기를 줬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2010년에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빙상인들은 이규혁을 두고 “걸음마보다 스케이트 타는 법을 먼저 배웠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버지·어머니 모두 빙상인이기 때문이다. 가풍(?)을 이어 13세에 태극마크를 단 이규혁은 올해로 국가대표 생활 20년째를 맞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또 한번 재도전의 에너지를 얻었다.

한편 2010년 11월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친 모태범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건재를 과시했다. 밴쿠버올림픽 여자스피드스케이팅500m금메달리스트 이상화(22·서울시청)는 발목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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