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후배 멍하니 바라보기만…”…SNS 통해 장문의 글로 심경 밝혀
한국축구 레전드가 후배의 대표팀 은퇴를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움이었다. 또 선배로서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자책감과 후회였다.한국선수 최초로 유럽 빅리그에 진출했던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사진). 그의 뒤를 이어 한국을 대표해 빅리그에서 뛰는 박지성(맨유)이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 은퇴를 하는 모습을 보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차 감독은 1일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소셜 네트워크(ⓒ로그)를 통해 장문의 글을 공개했다.
“초등학교 선수가 기초 공부조차 하지 않고 축구만 하는 나라, 10세도 안되는 선수들도 하루에 3번씩 프로선수처럼 훈련하는 현실에서도 (나는) 이러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린이축구교실을 만들어 즐겁게 축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게 겨우 내가 한 일이었습니다.”
이어 차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를 강요당하면서 축구를 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던 최고의 선수를 겨우 30살에 대표팀에서 은퇴시키는 안타까움 앞에서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축구계에 문제가) 너무 오랜 악습이기 때문에 강력한 방법이 없이는 변화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욕먹고 싸우고 오해받고. 내가 받은 상처들을 ‘한국축구에 꼭 필요한 변화’와 바꿀 만큼 나는 용기가 없었습니다”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 동안 내가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습니다.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 게 뭔데?’ 나의 용기 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