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박주영(26·AS모나코)이 A대표팀에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뛴 직후 밝힌 소감이다. 10일(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에서 열린 터키와의 A매치에서 주장을 맡아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주장 완장이 주는 무게감은 역시 다른 듯 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은 박주영은 경기 하루 전 “내가 할 역할 뿐 아니라 경기장에서의 의사소통, 벤치의 지시전달에 더 신경 쓰면서 경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야기한대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감독의 지시대로 선수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터키를 공략하기 바빴다. 경기 중간 중간에는 조 감독의 지시사항을 다른 선수들에게 전달하며 팀이 전술을 효과적으로 펼치는데도 신경 썼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터키 선수들과 거칠게 신경전을 펼치자 재빠르게 달려가 싸움을 제지한 뒤 두 명의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장직 수행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박주영은 “좀 더 많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창출했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플레이에 대해서는 불만족을 표시했다.
박주영은 아시안 컵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아시안 컵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공격라인에 많은 변화를 줬다. 구자철과 지동원이 핵심이 됐다. 여기에 새로운 남태희까지 가세했다.
박주영은 아시안게임에서 구자철, 지동원과 경기를 뛰어보긴 했지만 아무대로 호흡을 제대로 이루어내기엔 훈련시간이 부족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주장을 첫 경험한 박주영에게 박지성과 이영표의 대표팀 은퇴 고백은 그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지성형과 영표형이 있었다면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들의 공백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짧은 시간에 박지성처럼 완벽한 주장이 될 순 없다. 존재감이 너무 컸다. 그러나 박지성 못지않은 주장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졌다. 활달한 성격 덕에 선후배들과 농담도 잘하고 팀 분위기도 좋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터키전에서도 리딩 능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좋은 출발을 한 만큼 좀 더 시간을 갖는다면 박지성 못지않은 또 한명의 새로운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트라브존(터키)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