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포스트 박지성의 과제
전술적 흐름 못 끌어 10분만에 원위치박주영·지동원도 왼쪽 윙 투입 무소득
이영표 포지션 홍철, 오버래핑 과제
조감독 “페이스 지키려는 노력 만족”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국대표팀은 박지성(맨유)과 이영표(알 힐랄)의 대표팀 은퇴 이후 가진 첫 번째 A매치에서 다소 실망스런 경기를 했다. 10일 오전(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의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에서 치러진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한국은 후반 14분 터키 주장 엠레 벨로졸루가 퇴장당해 유리한 상황을 맞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카타르 아시안 컵을 통해 세대교체에 성공한 조광래호의 젊은 선수들은 이번에 유럽 팀을 상대로 제대로 된 평가전을 치렀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공백은 물론이고 박주영이 새롭게 주장을 맡은 이후 첫 경기인데다 상대는 한국을 훤히 꿰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어서 흥미는 더 했다.
○버거운 박지성 공백
카타르 아시안 컵 최고 스타는 구자철이었다. 원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드를 벗어나 섀도 스트라이커를 맡으면서 주가를 높였다. 구자철은 이날 또 한번의 변신을 꾀했다. 조광래 감독이 ‘포스트 박지성’으로 지목한 가운데 박지성이 맡았던 왼쪽 날개에 섰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측면이 어색했다. 팀의 전술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기엔 벅찬 모습이었다. 전반 10여분이 지나자 조 감독은 가운데에 있던 박주영과 스위칭을 지시했다.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간 것이다.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자신의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곧바로 제몫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구자철의 플레이는 살아나지 못했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로 나서면 상대의 견제가 분산될 수밖에 없고, 이 틈을 십분 활용했던 아시안 컵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후 조 감독은 박주영과 지동원에게도 서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왼쪽 날개를 맡겼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조 감독은 “한 선수가 한 자리를 90분 동안 소화해야 팀 조직력이 강화된다. 앞으로는 (90분을 지킬 수 있는) 한 명을 선정해 경기를 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왼쪽 날개의 적임자를 찾기 위한 고민이 또 다시 시작된 것이다.
○오버래핑도 사라졌다
이영표의 빈자리에 홍철(성남)이 투입됐다. 오른쪽 윙백 차두리(셀틱)가 감기 몸살로 결장하자 거기엔 홍정호(제주)가 나섰다. 양 측면 수비수가 모두 바뀐 셈이다.
그 공백은 컸다.
수비력은 물론이고 공격 가담 능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중앙에서 막힐 때는 측면 오버래핑이 제격이다. 하지만 경험 부족의 홍철과 홍정호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한데, 제 자리 커버도 버거웠기에 측면 공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런 정체된 경기는 패싱 게임의 실종을 가져왔다. 조 감독이 강조하는 패싱 플레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잦은 패스미스가 나왔다. 조 감독은 “미드필드를 지배하는 플레이는 60% 밖에 못했다. 4명의 주전이 빠졌고, 새로 투입된 선수에게 그런 개념이 완전히 젖어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한국축구는 희망가를 부른다
사실 유럽 원정은 힘들다. 게다가 터키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니다. 상대 응원단 때문에 감내해야하는 심리적인 위축감도 상당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날 비긴 것은 실망 보다는 자신감 쪽에 가깝다.
평가전은 평가전 일뿐이다. 이런 경기를 통해 선수들은 성장한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대처할 수 있다. 조직력이 왜 중요한 지도 깨닫는다. 강팀과의 평가전은 어린 선수들에게 도전 정신을 키워준다.
지동원은 “유럽 선수들의 파워가 다르다. 체력적으로 부족함을 느낀다. 웨이트를 더해 힘을 키우겠다.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며 나름의 소득을 밝혔다.
조 감독은 “오늘 경기를 상당히 걱정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페이스를 지키려는 노력이 더 강했다. 팀플레이를 하면서 터키 원정경기를 잘 운영할 수 있어 대견스럽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며 희망을 노래했다.트라브존(터키)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