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평가전이 남긴 것
2차례나 수비 3명 돌파·중거리슛 위협대표팀 첫 경기서 화려한 테크닉 자랑
공격 포지션도 멀티…조광래 극찬 받아한국 축구대표팀에게 터키와의 평가전은 분명 어려운 경기였다. 특히 전반전은 원정의 어려움 속에 완전히 상대에게 페이스를 넘겨주고 고전했다.
그러나 이 경기를 통해서 또 한명의 스타 탄생이 예고됐다. 대표팀에서 데뷔전을 치른 남태희(20·발렌시엔)는 오른쪽 윙 포워드로 나서 69분간 뛰어난 테크닉을 앞세워 조광래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남태희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개인기량과 기술이 뛰어난 선수다. 프랑스리그에서 2경기 연속 90분 풀타임을 뛴다는 것은 자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증거다. 이틀간 훈련하며 세밀한 플레이를 할 테크닉을 가졌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 첫 경기에서 이 정도 소화를 한다는 게 대단하다. 앞으로 기대된다.”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지만 정작 남태희 자신은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거듭했다. “4명의 공격수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실수를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못한 것 같다”고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남태희는 이날 가장 위협적이었다.
2차례나 개인 드리블로 터키 수비 3명을 뚫고 문전으로 위협적인 패스 연결을 시도했다. 전반 27분에는 박주영의 패스를 받아 아크 정면에서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볼은 상대 수비수의 발에 튕기며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났다.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좋은 패스와 적극적인 슛으로 터키 골문을 두드렸다. 아시안 컵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지동원(전남), 구자철(볼프스부르크)보다 내용면에서는 더 좋았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스스로 만족한 경기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경기가 끝나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들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더 잘하겠다는 욕심이 들었다”며 다부진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 포지션은 대부분 경험했다. 왼쪽 윙 포워드도 괜찮다. 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면서 포지션 변경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겸손함도 잊지 않았다.
이청용과의 경쟁에 대해서 “아직 내가 많이 배워야 한다. 청용이형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박지성이 맡았던 왼쪽 윙어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왼쪽 윙 포워드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감독님의 지시만 따라하는 것도 부족하다”며 박지성의 후계자로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남태희는 세계최고의 플레이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동경한다. “메시를 닮고 싶다. 경기장에서의 여유와 화려한 드리블 등 천재성이 부럽다”고 했다. 남태희의 가장 큰 장점도 드리블이다. 터키전에서 ‘한국의 메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막 A대표팀에 입성한 그의 발끝에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트라브존(터키)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