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계은숙, 국내서 日가요 불러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일본 드라마 개방 필요성을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문을 연 것은 1998년이다. 그러나 그 전부터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1994년 오늘, 가수 계은숙(사진)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일본 가요를 불렀다.
그 해 1월31일 공노명 당시 주일 대사는 “일본 대중문화 수입 개방 시기가 됐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월24일 문화체육부는 국회에 제출한 업무자료를 통해 “국민 여론을 토대로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별 개방 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계은숙이 한국의 공연에서 일본 가요를 부른 것은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계은숙은 이날 롯데호텔에서 일본 관광객 700명을 상대로 공연을 했다. 당초 문화체육부는 이 공연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주일 대사관의 요청으로 계은숙은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일본 민간여행사가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유치를 위해 마련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일본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계은숙은 1993년 3월27일과 28일에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아모레’ ‘제비의 눈물’ 등 자신의 일본 히트곡을 불러 논란이 됐었다. 하지만 1994년 공연은 뜨거운 논란 속에서 서서히 다가올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서막을 알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정부는 1998년 10월 개방 방침을 밝히고 1999년 9월, 2000년 6월 각각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단계적 개방 조치를 취했다. 2004년부터는 영화와 음반, 게임 부문 등이 전면 개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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