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브 서관희 이사 '하이브리드/캐주얼게임 2.0 시대 온다'

입력 2011-03-04 19: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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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브 소프트가 약 5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공을 들여온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이하 앨리샤)'가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캐주얼게임과 레이싱게임이 이렇다 할 힘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시기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었지만, 말(馬)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사용해 '액션 라이딩'을 메인으로 내세운 앨리샤는 사전테스트에서 불안과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게이머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 앨리샤는 홍보모델로 아이유를 내세워 한편에서는 '아이유 온라인'이라 불릴 정도로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홈런을 날렸다.

엔트리브에서 게임을 총괄 개발한 서관희 이사는 국내 게임업계 1세대 개발자로, 손노리의 핵심 개발자 출신이다. 다른 개발자들에 비해 언론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팡야'를 국민 골프게임으로 이끈 인물로,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와 함께 약 5년 간 앨리샤의 개발에 매진해 왔다.

강산이 절반쯤 바뀌어 버릴 정도로 오랜 기간 게임을 개발해 온 엔트리브의 서관희 이사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5년이란 긴 시간동안 게임을 개발해 왔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A: 사실 5년 내내 앨리샤만 담당한 것은 아니었다. 도중에 PSP 팡야, 프로야구 매니저 등의 서비스를 도왔고 미공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약 2년 전 앨리샤 팀을 맡아 게임을 제작해왔는데, 지금 분위기와 반응을 보니 정말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좋은 시기이고 게임도 무르익어서 시장 분위기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

Q: 앨리샤를 담당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A: 최근 몇 년 간 엔트리브가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개발력이 분산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좋은 인재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이 안됐다. 그래서 우리가 어디에 집중해야 될지 결정해야 했고, 팀장을 맞은 이후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그러고 보니 몽골로 말을 타러 다녀왔다고 들었다.

A: 2008년 팀 전체 40명 정도가 말을 타러 다녀왔는데, 그 때부터 특별히 관심이 생겼다. 이후 동호회에 가입해서 승마를 배웠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런데 TV를 통해 몽골에서 말 타는 장면이 나왔는데,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에 소수의 팀원들과 몽골에 가서 5박6일정도 말을 타기로 결정하고 다녀왔다. 5일내내 초원, 강, 산을 돌아다니며 말을 탔는데 실제 RPG의 장면과 같은 체험이었다. 과거 책을 읽어보고 말을 타본 것인데, 몽골에서의 체험은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고 말 타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었다. 같이 간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았는데 몽골에 다녀온 이후 너무 재미있었다고 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서 개발 중인 앨리샤를 봤는데, 정말 탈을 타는 듯한 느낌이 났다. 그때 '우리 게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특히 주행의 느낌은 거의 비슷해서 흠잡을 곳이 없었다. 말을 타고 70km 이상의 속도로 달려보았는데 게임에서도 그 느낌이 그대로 표현됐다. 그리고 몽골에서 평소에 말이 행동하는 걸 잘 못봤는데, 흙바닥에 눕거나, 멈춰있을 때 가만있거나, 피곤할 때 행동 등 다양한 모션을 많이 보았고 게임에도 적용하게 됐다.

Q: 개발 중에 특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A: 개발 초창기에 제주도의 기억이다. 지금 앨리샤의 코스가 제주도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었다. 언덕, 하늘, 바닷가 등을 참고했는데 하늘에서 점프할 때 밑에 강이 흐르거나 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special thanks에 제주도를 넣었다. 또한 차명진 승마 감독님 강연 부탁했던 기억도 남다르다. 단순히 좋은 말씀 해주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예정된 시간에 1시간 정도가 지날 정도로 개발진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모델링 원화 기획에 많이 반영되었으며, 교배에 관한 정보를 많이 주셨다.

Q: 최근 캐주얼게임이 약세라 서비스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2007년부터 게임의 개발을 시작했는데, 개발하는 동안 'RPG가 대세다'라는 이야기를 정망 많이 들었다. 또한 '캐주얼게임은 안된다' 심지어는 '레이싱은 더 어렵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캐주얼게임은 2000년 초부터 2004년도가 붐이었는데, 분명 그 다음 단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전히 캐주얼게임은 RPG보단 쉬운 게임, 어린 학생들이 하는 게임, 그래픽이 귀엽다는 단순한 이미지이지만, 다음 단계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MMORPG가 잘되는 이유와 캐주얼이 장수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캐주얼게임의 하이브리드 단계, 캐주얼게임 2.0버전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앨리샤에 몹을 잡거나 액션성을 강조하는 등의 시도를 해봤다.

하지만 레이싱게임에 대한 틀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가지를 논의하다보니 개발 자체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주행, 관리, 육성에 집중하자고 생각해서 나머지는 뒤로 미뤘다. 향후에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현재에는 지금의 모습에 집중하자라고 판단했다.

Q: 그렇다면 향후에 앨리샤에 전투가 추가될 수 있는 것인지?

A: 예전 팡야를 처음 공개했을 때 인터뷰에서 게임을 어느 정도 만든 것 같다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는 온라인게임을 처음 만든 것이라 약 50%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서비스되고 있는 팡야를 보니 50%는 커녕 5%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앨리샤의 모습은 미래를 생각하면 한참 멀었다고 본다. 때문에 향후 전투 부분이 들어갈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올해는 안 들어간다. 그 부분에 대한 연구와 기획은 진행하고 있다.

Q: 최근 앨리샤 하면 바로 떠오르는게 아이유다. 누가 기획한 프로젝트인가?

A: 최근에 묻는 사람도 많고,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서 누구의 기획이었는지 추적을 해봤다. 혹시 잘못 알려질 수도 있어서 다시 알아봤는데, 역시 내가 시작한게 맞는 것 같다(웃음). 잔소리를 참 예쁜 가수가 부르는 것을 봤다. 당시에 남들은 별로 안 이쁘다고 했는데 화면 에서 보니 상당히 귀엽고 예쁜 가수라고 생각했다. 또한 게임의 OST를 제작해야 해서 SK를 통해 자문을 구해봤는데 가능하다고 확답을 들었다.

이후 게임의 CF를 촬영하기로 하고 모델을 찾고 있었는데, 아이유가 후보군에 없는걸 보고 내가 모델로 강력하게 추천했다. 그런데 주변의 반응이 안 좋았다. 대부분 아이유는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검색도 많이 해보고 자료를 모아보니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데 허락이 안 떨어 졌다. 거의 우겨서 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좋은날'이 크게 히트하자 사람들 반응이 좋아지더라(웃음).

Q: 게임을 해보니 속도감이 뛰어나다. 특별히 강조한 부분이 있는지?

A: 정말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다. 사실 말은 자동차보다 빠르지 않는데, 오토바이가 유리가 없어서 보다 빠른 속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앨리샤도 기본 속도로 그대로 표현하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각적인 속도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없는 비행기가 빠르게 날아가면 아무 느낌이 없는데, 옆에서 사물이 빠르게 지나가거나, 도로에서도 건물이나 풀 같은 것이 지나가면 속도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빠르게 좌우 오브젝트를 배치하고 울타리, 나무 등이 리듬감 있게 지나가게 했다. 내부에서는 오브젝트 역시 ‘강약중강약’과 같은 리듬감을 담아 제작했다. 또한 카메라의 위치도 많은 테스트를 통해 가장 적합한 위치에서 보여지도록 했다.

Q: 숨겨진 길에 대한 발상은 상당히 신선했다.

A: 모험이란 키워드에 도전하고 싶었다. 과거의 초기 모델에서는 게임의 모토가 되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라는 것처럼 정말 아무 곳으로나 갈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는데, 서로 다른 게이머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정한 코스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게임이 너무 평범해 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우리가 기획했던 모험이 아닌 코스를 외워서 게임을 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갈림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갈림길을 만들면 또다시 게이머들이 못 만날 가능성이 있어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크로스 형태로 동선을 잡았다. 잘하는 친구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숨겨진 길을 이용하면 더욱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Q: 말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게이머들이 있는 것 같다.

마법전에서는 의도한대로 밸런스가 되어 있다. 스피드전에서도 말의 스텟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3~4등급 차이는 실력으로 커버가 된다. 등급보다는 클래스가 중요하다. 다만 먼저 게임을 한 사람하고 나중에 한 사람하고 차이를 어느 정도는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스텟에 참고가 될 만한 정보가 있을까?

A: 어떤 스텟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집중 테스트를 통해 분석을 했는데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고랩 게이머들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스텟이 나뉘어지는 것을 확인했는데, 게이머의 조작 성향과 그날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근데 그것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니 비슷비슷한 결과를 받아 봤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고르는 것부터, 점프대를 자주 이용하거나 그냥 빠르게 코스를 달리는 등 취향이 다 다른데,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자신의 주행스타일에 맞는 스텟을 발견하는게 더 중요하리라 본다.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오랜 기간 게임을 개발해 왔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앞으로도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시간에 쫓겨서 게임을 만들다보면 실력 있는 기획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구상하고 원했던 것들을 표현해 낼 수 없다.

앨리샤도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 게임이다. 캐주얼게임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게이머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면 또 다시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앨리샤에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최호경 게임동아 기자 (neoncp@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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