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전랜엔 ‘독종’이 산다

입력 2011-03-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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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이현호는 찰거머리 수비로 유명하다. 선두 KT를 맹렬하게 뒤쫓는 전자랜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유도훈 감독(작은 사진) 역시 현역시절 악바리 투혼으로 유명했기에 이현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스포츠동아DB

■ 감독도 놀란 이현호 투혼

발목 부상에도“인대 안끊어졌다”출전
절뚝거리며 전랜 선두추격 ‘혼신의 힘’
현역시절 ‘투혼의 슈터’ 유감독도 감동
현역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린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44) 감독은 투혼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상무시절이었다. 유 감독은 연습경기 도중 오른쪽 손목을 다쳤다. 통증은 계속됐지만, 정신력으로 참고 뛰었다. 그리고 제대 후 다시 실업 현대로 돌아왔다.

이후 소속팀 정기검진에서 유 감독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핵의학을 이용한 촬영결과 오른쪽 손목 뼈 부분이 시꺼멓게 죽어 있었다. 뼈에 실금이 간 것도 모르고 오랜 기간을 뛰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이 상태로 몇 년이 지나면 손목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결국 유 감독은 왼쪽 옆구리 뼈를 떼어내 오른쪽 손목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수술자국이 선명하다.

유 감독은 “그래서 오른쪽 손목이 잘 꺾이지 않는다. 아직도 팔굽혀펴기를 제대로 못한다”고 했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 당시 현대 걸리버스 소속이던 유 감독은 그런 손목으로도 전 경기(21경기)에 출전해 무려 46.4%(84개시도 중 39개 성공)의 경이적인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대단하다”는 주변의 평가에도 “수술이후, 손목이 잘 고정돼서 그렇다”며 농담을 던지고 말 뿐이다.

선두 부산 KT를 1경기차로 맹추격하고 있는 전자랜드에도 수장의 현역시절 투혼을 본받는 선수가 있다. 찰거머리 수비로 유명한 이현호(31)가 그 주인공이다. 4일 안양실내육관에서 열린 한국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 이현호는 왼쪽 발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갔다. 유 감독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졌다. 전자랜드가 팀 실점 부문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데는 이현호와 이병석 등 식스맨들이 공이 컸다. 유 감독은 “우리 팀에 서장훈과 문태종처럼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그 선수들만으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선두경쟁에 제동이 걸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인대가 끊어지지는 않았다”는 소견을 들은 이현호는 바로 유 감독에게 출전을 간청했다. “정말 뛸 수 있겠냐?”는 유 감독의 반문에도 대답은 한결 같았다.

결국 이현호는 한 경기만을 결장한 뒤, 10일 KT와의 홈경기에서 20분 넘게 코트를 지켰다. 이따금씩 절룩거리는 모습은 팀 동료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본인도 큰 부상을 겪어봤던 유 감독 역시 애틋하고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현호는 “농구는 내 밥벌이다. 우승 문턱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기왕 뛰는 거 팀에 해가 안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이현호야말로 그간 전자랜드가 부족했던 정신적인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선수”라며 흡족해 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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