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SK 전병두가 두산 노경은에게 묻다

입력 2011-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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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도 스타일도 전혀 다르지만 9년째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산 노경은(사진)과 SK 전병두. ‘가족’이라는 두 사람이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스포츠동아DB

에피타이저

두산 노경은은 SK 전병두를 ‘동거남’이라고 표현했다. 전혀 다른 캐릭터의 두 남자가 어떻게 친해졌을까 의문이었지만 2003년 입단 첫 해 전병두의 삼촌집에서 1년간 동고동락하며 가족처럼 지낸 사이였던 것이다.

게다가 잦은 부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낼 때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서로 버팀목이 돼줬다. 전병두가 두산에서 KIA로, KIA에서 SK로 이적했을 때 가장 아쉬워하면서도 가장 큰 응원을 보내준 이도 노경은이다. 한편 노경은은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야구를 하며 자라온 LG 박경수를 지목했다.



○전병두가 노경은에게

경은아 안녕, 잘 지내지. 우리가 입단 같이해서 이제 벌써 프로야구 9년 차가 됐네. 시간이 참 많이 흐른 것 같다. 너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말이 ‘몸은 괜찮니?’, ‘아픈 데는 없고’야. 요즘 네 기사들 찾아보니까 좋은 말 많이 나왔던데. 그동안 아프고 안 좋은 일들 있어서, 제대로 야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잖아.

올해는 좋은 일 있을 것 같아. 만날 연락하는 사이지만 릴레이 인터뷰로 만나려니 어색하구나. 그때 입단한 친구들 다 네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잠실구장 근처) 신천이 네 집이었는데 친구들이 다 와서 놀고 그랬던 시절이 그립구나.

두산 떠나면서 불펜포수 (김)대진이랑 네가 제일 많이 생각나더라. 대진이한테 물어보니까 요새 네 공 좋다고 하더라. 잘 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프지 말고 야구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에 맞대결 하게 되면 서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꼭 해보자. 나중에는 같은 팀에서 다시 야구를 하게 되면 좋겠다.

노경은이 전병두에게

병두야, 안녕. 어제 만나고 이렇게 신문으로 인사하려니까 영 쑥스럽네. 세월 참 빠르다. 네가 KIA로 갔을 때 마치 왼쪽 팔이 빠진 것 같은, 몸 기능 하나가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SK로 다시 트레이드 되고 너 어깨 아파서 (투구)밸런스 완전히 깨졌을 때 기억나냐? 네가 우리한테 “공은 어떻게 던지냐?”고 물어보고 대진이랑 내가 “포털사이트에 물어보라”고 농담하곤 했잖아. 사실 속으로는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

그래도 3∼4개월 재활에만 매달려서 이겨내는 모습 보고 친구지만 대견스러웠다. 프로란 저런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고. 지금도 1군에서 자리 잡고 열심히 마운드 위에서 공 뿌리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올해 나는 아직 보직이 결정 안 됐는데 만약 1군에서 던지게 된다면 패전투수도 상관없이 내 공 뿌리는 게 목표다. 혹 시즌 중에 만나게 되면 너도 잘 던지고 나도 잘 던지는 멋진 승부를 펼치자.
Q1 : 경은이 넌 진짜 대투수 될 줄 알았는데…성격이 너무 여려서 탈이야!
A1: 올핸 너처럼 카리스마로 무장했지!



-경은이는 입단 때 고졸 역대 최고 연봉을 받고 두산에 들어왔고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았잖아. 그런데 다음부터 부상이 겹치는 등 안 풀리더라고. 내가 보기에 경은이는 성격이 너무 여려서 탈이야.

“음…. 성격 자체가 그날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해도 ‘다음에 안 맞으면 되지’하고 잊어버리는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안 그렇잖아. 평소 성격은 차분한데 야구에 있어서만은 승부욕이 진짜 강해서 점수 준 날이면 밥도 안 먹잖아. 만날 ‘나 같은 놈은 밥 먹을 자격이 없다’면서 씩씩거리고. 나도 네 모습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어. 올해는 너처럼 강한 승부욕을 가지고 카리스마로 타자를 제압해 보련다.”


Q2 여자친구는 잘해줘? 결혼은 언제해?
A2 이왕 늦은 거 자리잡고 장가 가려고…



-어릴 때부터 네가 결혼을 제일 빨리 할 거 같았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니? 이상형은 누구니? 여자친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잘 챙겨주니?

“하하하. 이거 나 놀리는 질문인데(노경은은 한때 여자를 만나면 항상 ‘결혼감’이라고 얘기해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늦었다. 이왕 늦은 거 자리 잡고 떳떳하게 장가가려고. 이상형? 너 만날 나 보고 눈 낮다고 놀리면서. 얼굴 예쁘고 청순가련한 스타일이지, 뭐. 여자친구는 잘 해줘. 내게 힘이 돼주고 버팀목이 돼주는 사람이야.”


-경은이, 너는 왜 이렇게 착해?(웃음) 그런데 왜 이렇게 (김)대진이한테만 못 되게 굴어?(웃음) 대진이 불쌍하니까 잘 해줘라. 대진이는 네 걱정 얼마나 많이 하는데. 좀 잘 해라.

“이거 대진이의 계략인 것 같은데(웃음). 대진이는 어깨에 놓인 기왓장 좀 내려놔야 돼. 건방진 컨셉트의 개그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어깨가 올라가 있어. 어깨 벽돌 빼주는 역할을 내가 하는 것 뿐이야.”


-내가 트레이드될 때 기분이 어땠니? 나는 정말 힘들었는데.


“만날 붙어 다니다가 갑자기 네가 떠난다니까 거짓말 아니고 몸 기능 하나가 상실된 느낌이었어. ‘우’대진, ‘좌’병두였잖니. 그래도 외국에 간 것도 아니고 한국하늘 아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SK에서 고생하다가 자리를 잡아서 친구지만 대견스러워.”


-트레이드 되고 다른 친구들이 두산에 많이 들어왔잖아. 네 덕분에 그 친구들과도 알게 됐는데 (고)창성이, (오)재원이가 그런 친구들이네. 너는 어떻게 사람들하고 잘 친해지니? 어떻게 하면 너처럼 사람들하고 빨리 가까워지고 말을 잘 하는 성격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닮을 수 있을까?

“사람 가리지 말고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저 사람도 만나보고 그러면 아는 사람이 네가 나보다 두 배는 많아질 걸. 네가 처음에는 낯가림도 심하고 말수도 없지만 괜찮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는 까다롭게 구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두산 입단 당시에 정통파 우완으로서 대형신인이었잖아. 이후에 선동열 감독님 같은 대투수가 될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특급 우완 정통파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손을 본 부분들이 있으면 설명해주라.

“하하하. 이 자식 마음에 없는 소리 하고 있네. 무슨 선동열 감독님급이냐. 그냥 많이 아팠던 게 아쉬워. 올해는 하체밸런스와 골반유연성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어. 그동안 하체로 던진다는 의미를 잘 몰랐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 지금은 그걸 좀 알겠어.”


Q3 시범경기 시작됐는데 아픈 곳은 없어?
A3 컨디션 굿…올핸 이기는 투수 될거다



-네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정말 좋은 투수가 될 거라고 항상 생각했어. 이제 시범경기가 시작됐는데 아픈 곳은 없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뭐가 달라졌는지 기대를 할 수 있게 말해줘 봐.

“일단 아픈 곳은 없고 컨디션도 좋아. 달라진 점? 음…. 투수는 타자를 스탠딩삼진으로 잡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 그런데 지금은 맞혀 잡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어. 높은 직구 148km보다는 138km를 던져도 무릎으로 던지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고.

조계현 코치님이 말씀해주신 게 있는데 ‘공은 폼으로 던지고, 머리는 타자를 잡는데 쓰고, 마음은 나를 다스리는데 써라!’ 힘이 넘친다고 잔뜩 힘줘서 던지면 그건 ‘결과가 어떻든 난 열심히 던졌다’는 자기만족이잖아. 중요한 건 경기에서 이기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는 투수도 중요하지만 이기는 투수가 되고 싶다. 아니, 될 거다. 친구야.”
두산 노경은은?

▲생년월일=1984년 3월 11일 ▲학교=화곡초∼성남중∼성남고∼ ▲키·몸무게=186cm·85kg(우투우타) ▲프로 경력=2003년 두산 1차 ▲2010년 성적=9경기 9.1이닝 8탈삼진 방어율 13.50 ▲2011시즌 연봉=2900만원정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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