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에서 가장 갈등이 생기는 순간이 화장실을 가야할 때이다. 안락한 집이라면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면 끝이지만 야영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체온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침낭에서 몸을 빼는 것부터 고통스럽다. 지퍼를 여는 순간 스며드는 한기…. 게다가 침낭에서 빠져나온 뒤에는 주섬주섬 신발을 챙겨 신어야한다. 더구나 요즘 같은 계절엔 추위를 막기 위해 겹겹이 끼어 입고 잠들기 마련인데 파이프(!)를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그 겹겹의 중무장을 해제해야한다는 사실도 적잖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자주 화장실 다녀오기를 꾹 참고 잠들고, 때로 침낭 안에서 누운 채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은 없을까하는 객쩍은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삽화=허영만>[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