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특집|남자캐디들의 수다] “프로 이전에 여자…카메라 뜨면 화장 고치더군요”

입력 2011-03-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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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까지 안신애의 캐디를 맡았던 윤슬기(왼쪽) 씨와 서희경의 전담 캐디였던 최희창(오른쪽) 씨. 이번 시즌에는 각각 이현주와 유소연의 전담 캐디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 둘은 KLPGA에서 몇 안되는 프로 캐디다.

■ 최희창·윤슬기 ‘여자 프로골퍼의 남자 캐디로 사는 법’

여성골퍼들 의상 겹칠때 가장 짜증내
같은조서 뛸땐 옷색깔만 같아도 불쾌
“내 선수 우승때 최고 보람” 이구동성
지난 시즌까지 골프 지존 서희경(25·하이트)의 전담 캐디였던 최희창(37) 씨와 안신애의 전담 캐디였던 윤슬기(32) 씨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KLPGA 투어에서 이들처럼 전담캐디로 활동하는 사람은 5명도 채 되지 않는다. 프로야구와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은 톱 프로의 캐디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과 전담 캐디가 아니면 모르는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 내가 본 서희경, 안신애


최희창: 서희경은 굉장히 성실하다.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연습량이 정말 많다. 자기 몸을 굉장히 아낀다. 체력관리를 정말 잘 하는 프로다. 굉장히 똑똑한 플레이를 한다. 단 하나의 샷도 단순하게 하는 법이 없다.


윤슬기: 안신애는 내가 본 프로골퍼 가운데 가장 집중력이 좋다. “이 홀은 버디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고 나면 어김없이 버디를 할 정도다. 깊이 간섭하기보다는 옆에서 마음만 편안하게 해주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최희창: 함께 우승도 많이 했지만 역시 최고의 순간은 서희경이 초청선수로 참가했다가 우승한 지난해 미 LPGA 투어 기아 클래식이다.

일정보다 조금 일찍 미국 현지에 도착해 연습을 했다. 그런데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다. 아이언 거리가 평상시보다 한 클럽씩 덜 나갈 정도였다.

연습은 많이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못했다. 막상 대회가 시작되니까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첫 날 차분하게 잘 치고 셋째 날에는 2위와 이미 5타차로 벌어져 우승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미LPGA 투어 우승이라 더욱 감격적이었다.


윤슬기: 안신애 프로와는 하이원 대회에서 우연하게 인연을 맺었다. 안신애는 당시 하우스 캐디를 구하려고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고 대행사를 통해 캐디 제안이 왔다. 캐디를 맡은 첫 시합에서 우승한 셈이다. 우승을 하려면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 대회에서 절실하게 느꼈다.

9번홀에서 출발해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6언더파가 됐는데, 1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미스하면서 러프에 들어갔다. 그린에 볼을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함께 라운드 한 구옥희 프로의 디봇 자국에 정확히 맞으면서 볼이 핀 옆에 딱 멈춰 섰고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파5 2번홀에서도 반드시 버디를 해야 연장에 갈 수 있었다. 그 때도 역시 구옥희 프로가 홀 1.5m에 붙여놓은 볼에 안신애 프로가 친 볼이 맞으면서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결국 문현희 프로와 연장 승부에 들어갔고,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

● 여자프로들만의 비밀


최희창: 골프 방송은 거의 후반 9홀부터 중계가 시작된다. 때문에 여자프로들은 후반 홀에 들어서기 직전에 80% 가량은 화장을 다시 고치고 수시로 거울을 보면서 체크를 한다. 무심한 듯하지만 사실 엄청나게 카메라를 의식한다.


윤슬기: 여자 프로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같은 의류를 협찬 받으면서 의상이 겹치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과 같은 컬러의 의상을 입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한다. 골프 장갑에 가려 보이지도 않지만 네일아트까지 받고 오는 경우도 흔하다. 프로이기 이전에 조금이라도 더 주목을 받고 싶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 올 시즌은 이현주, 유소연과 호흡


최희창: 서희경이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정리됐다. 올 시즌은 유소연 프로와 호흡을 맞춘다. 서희경의 어머니가 소연이 어머니에게 소개시켜주면서 인연이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쟁 관계였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모습은 많이 지켜봤다.

워낙 잘 치는 선수라 최대한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체크하고 보조해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슬기: 올해는 이현주 프로와 전담캐디 계약을 맺었다. 여자프로들의 경우 비거리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이현주 프로는 비거리도 많이 나고, 동계훈련에서 쇼트게임을 충분히 보완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이미 투어에서 2승을 거뒀기 때문에 올해 목표를 메이저 우승으로 잡고 있다. 함께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겠다.

원성열 기자 (트위터@serenowon)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트위터@seven7sola)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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