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힘!…‘실리축구’로 K리그 1위
‘만년 꼴찌’ 대전 시티즌의 돌풍이 매섭다. 4라운드까지 소화한 K리그에서 3승1무(승점 10)로 단독 선두다. 대전이 리그 1위에 오른 건 2001년 6월 이후 10년 만이다. 대전은 상승세의 요소를 갖췄다. 많이 넣고, 적게 내준다. 현재 8골을 기록, 2승2무(승점 8)로 5위에 랭크된 상주 상무(11골)에 이어 득점 부문 2위다. 또 실점도 경기당 0.5골에 불과하다.
역설적이게도 딱히 내로라할 스타가 없다는 게 대전의 강점이다. 베테랑 골키퍼 최은성은 “선수 전원이 이름값이 고만고만하다보니 모든 걸 서로 공유하게 된다. ‘함께 하는 힘’이 남다르다”고 했다. 대전 백운기 전력분석팀장도 “항상 함께 즐겁고, 항상 함께 힘들다. 뭉치면 단단해진다는 걸 우리가 증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수단의 철저한 이원화 운영도 탄력을 더해준다.
리그와 컵 대회에 나설 멤버들을 확실히 나눴다. 이에 주력들의 체력 부담을 덜 수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대전은 1, 2군이 뚜렷하지 못해 일주일에 2경기 이상 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다고 1군이 늘 1군을, 2군이 항상 2군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선수 층이 얇아 누구나 1진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을 끊임없이 불어넣는다.
대전 왕선재 감독은 “사실 1, 2군이 우린 뚜렷하지 않다. 서로 간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적절한 보상으로 동기 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축구 철학도 선전에 한 몫 한다. 왕 감독은 ‘실리 축구’를 끊임없이 선수단에 불어넣고 있다. 작년 재미를 위해 무리하게 공격 축구를 시도하다 최하위권까지 추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어설픈 공격보다 디펜스를 먼저 단단히 하는 쪽이 성적 관리에 유리하다는 걸 뼈아픈 경험에서 배운 셈이다.
여기에 브라질 골게터 박은호(4경기-4골), 박성호(4경기-2골)의 활약을 발판으로 다양화된 공격 루트 또한 인상적이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