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 수첩]버틀러大 2년 연속 결승 진출시킨 35세 ‘스티븐스 감독의 마법’

입력 2011-04-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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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대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가 종착역에 다다랐다. 5일 7만5000여 명이 운집하는 휴스턴 릴라이언트 스타디움에서 버틀러대와 코네티컷대의 결승전이 벌어진다.

올해 토너먼트는 유난히 이변이 많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꼽은 파이널 4 후보는 한 팀도 4강에 오르지 못하고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한 버틀러대는 미국인들에게도 생소한 편이다. 버틀러대는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인문대학으로 전교생이 4500여 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결승전(듀크대에 59-61로 패했다)에 오를 때만 해도 3월의 광란에서 볼 수 있는 신데렐라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 또다시 결승전에 진출해 ‘버틀러 마법’으로 통하고 있다.

언론들은 35세에 불과한 브래드 스티븐스 버틀러대 감독을 최고의 지도자로 꼽고 있다. 토너먼트 내내 전술, 전략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존 우든(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딘 스미스(노스캐롤라이나대), 보비 나이트(인디애나대), 마이크 셔%스키(듀크대) 등 전설적인 지도자들도 35세의 젊은 나이에 2년 연속 결승 진출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위 대학들은 농구 명문교들로 우수 선수 확보가 쉬운 편이다.

동안의 스티븐스는 외모에서부터 학구적이고 영리한 인상을 풍긴다. 드포대 시절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던 그는 3년 연속 운동과 학업이 모두 우수한 선수의 상징인 ‘아카데믹 올 플레이어’ 후보로 뽑혔다. 하지만 졸업 후 디비전 Ⅲ 대학 출신으로 한계에 부닥쳤다. 프로에서 뛸 기량은 안 되고 지도자 수업도 어려웠다. 경제과를 졸업한 스티븐스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에 취업해 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직장인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2000년 여름 오랫동안 사귄 여자 친구(현 부인)를 설득해 직장을 포기하고 버틀러대의 파트타임 보조코치로 일하기 시작했다. 생계 유지를 위해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로 일하면서도 농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송곳은 숨겨도 튀어 나오는 법. 상대 전술과 전략, 훈련 방법부터 영역을 넓힌 스티븐스는 1년 후 정식 보조코치가 됐다. 2007년 전임코치가 다른 대학으로 옮기자 선수들은 체육부장과의 미팅을 통해 스티븐스를 감독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31세에 버틀러대의 감독이 됐다. 스티븐스는 4년 동안 117승 24패로 승률 0.830을 마크하고 있다. 코네티컷대를 두 차례나 정상에 올려놓은 짐 칼훈 감독(69)과 34세 연하인 젊은 스티븐스의 두뇌싸움이 볼만해졌다.

문상열 기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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