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올리버 지국장 "올림픽 유치에 기업인 아닌 김연아 내세워야"

입력 2011-04-05 15: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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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크리스찬 올리버(Christian Oliver) 서울지국장의 '독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 블로그 칼럼에서 올리버 기자는 "한층 치열해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프랑스와 독일을 꺾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홍보대사인 '김연아' 선수를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

자못 평범한 주장일 수 있는 이같은 논지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쟁에 나선 국내 거물급 기업인 비판으로 이어져 극명한 대비효과를 낳고 있다.

그는 "한국이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과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 등 거물급 기업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대회 유치 로비를 펴고 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아들의 상속과 관련해 세금 탈루혐의로 구속됐지만 친기업적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조치로 국제올림픽(IOC) 위원으로 복권했다는 점을, 그리고 김승연 회장은 아들이 폭행당한 앙갚음으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김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유럽과 미국을 순회하며 로비를 벌일 예정이나 그의 과거 전력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지 의심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때 묻은'(tarnished) 기업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인과 정치인들이 법위에서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부패문화를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이 칼럼은 결국 부패한 기업인을 내세우기 보다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수퍼스타 김연아를 적극 활용해야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한 셈이다. 김연아는 이미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어 '김연아 카드'야 말로 올림픽 유치에 관한 한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 칼럼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끄럽고 정확한 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국 재벌들의 로비력을 두려워 한 유럽언론의 우려일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비쳤다.

칼럼을 쓴 크리스찬 올리버 서울지국장은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견 개진으로 잘 알려졌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그는 유가족들의 처지가 영화 '괴물'에서 정부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격리되기만 했던 이들의 상황과 같다면서 한국인들이 정부를 '괴물'로 보고 있다는 칼럼으로 파문을 불러오기도 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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